대한항공 “에쓰오일 지분-항공기 등 팔아 3조4900억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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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구조조정안 발표
현금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하고 한진해운에 추가지원 대책 내놔
한진해운도 자산 대규모 매각…1조9745억 확보계획 마련

대한항공이 에쓰오일 지분과 항공기,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 총 3조4900억 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참여키로 해 한진해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이 독립경영을 하려는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설명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에쓰오일 주식 3198만 주(28.4%) 중 3000만 주를 내년 1분기(1∼3월)에 에쓰오일 최대 주주인 아람코에 장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 예정 금액은 2조2000억 원이다. 대한항공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을 담보로 한 은행권 대출(1조500억 원) 및 법인세(500억 원)를 제외하고 1조10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또 B747-400, B777-200 등 연료 소모가 많은 구형 항공기 13대를 팔아 250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외 부동산 및 투자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400억 원의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서울 여의도 사옥 및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추가 지원책도 내놓았다. 앞서 대한항공은 10월 31일 한진해운에 150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은행권에서 한진해운에 3000억 원을 대출해주는 것을 추가 지원의 조건으로 달았다.

대한항공은 내년 4월로 예정된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4000억 원 범위 내에서 참여할 계획이다. 윤주식 한진해운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아직 최은영 회장의 퇴진이나 지배구조 변화 부분은 결정된 바 없지만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최대 주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이날 전용선사업부와 국내외 터미널 지분 매각 등으로 1조9745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한진해운은 전용선사업부와 국내외 터미널 지분을 매각해 3000억 원씩 모두 6000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컨테이너선 13척 및 해외 부동산 등도 매각한다. 이와 함께 4000억 원대의 유상증자와 대한항공으로부터의 차입금 2500억 원, 은행권의 공동대출 3000억 원과 만기연장 1440억 원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윤 부사장은 “자금 확보와 함께 컨테이너 적자 노선 통폐합, 컨테이너선 13척 매각 등을 통해 내년도 3729억 원의 영업수지를 개선하겠다”며 “내년에는 영업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것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조기 차단하는 한편 은행권에 한진해운 지원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 이상균 재무본부장(부사장)은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진해운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대한항공#한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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