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 적국’에 묻혔다 60년만에 고국 찾아가는 중국군 유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한국과 중국 정부가 중국군 유해 425구의 송환에 합의한 것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작동한 사례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어제 경기 파주시 적군묘지에 매장된 중국군 유해 발굴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중국에 돌려보낼 계획이다. 중국군 유해 송환은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6월 중국에 전격 제안해 성사됐다. 한국 땅에 묻혀있는 중국 전사자들을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인도적 차원의 제의였다.

중국은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의식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내민 손을 잡았다. 한국과 중국은 6·25전쟁에서 총부리를 겨눈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수교 21년을 넘긴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발전해 이번과 같은 화해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번 유해 송환이 6·25전쟁에 중국이 개입하면서 생긴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주석 시절인 2010년 6·25전쟁에 대해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의 과거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소련과 중국의 6·25전쟁 당시 비밀문서가 1990년대 이후 공개되면서 김일성이 소련의 승인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전쟁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차라리 당시 세계정세에서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이 완충지대를 상실하게 되어 위험해지기 때문에 참전했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했을 것이다.

한국은 적군묘지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성의를 다했다. 국방부와 경기도는 중국인 관광객의 참배가 늘어나자 작년 5억 원을 들여 낡은 시설을 교체했다. 향로 제단과 대리석 묘비도 세웠다. 중국이 한국의 배려를 확인하면 탈북자 처리를 포함한 인도적 차원의 현안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으로 한중 사이에 조성된 긴장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국방부가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 발굴을 계속하고 있어 중국군 전사자 송환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7년 이후 남한에서 발견된 중국군 유해를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넘겨받아 중국에 전달하는 방식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발굴하는 중국군 유해는 북한을 통할 것 없이 즉시 중국으로 보내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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