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로마시대 캐럴… 걸그룹 캐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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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듣는 음악 장르들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요? 오늘날과 같은 여러 악장의 교향곡은 역사가 길어야 3세기를 넘지 않습니다. 오페라는 비교적 기원이 뚜렷해서 1598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그 첫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임진왜란 때만 해도 교향곡도, 오페라도 없었던 셈입니다.

이에 비하면 크리스마스 캐럴은 훨씬 유구한 역사를 가졌습니다. 로마시대에 나왔다는 캐럴 중에서도 오늘날 전해지는 곡이 있으니까요. 중세와 르네상스 곡 중에는 16세기 스페인 곡인 ‘리우 리우 치우’처럼 오늘날 연주회 프로그램에 자주 오르는 작품도 많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 역사만 긴 것이 아닙니다. 고전 성가에서 오늘날 걸그룹이나 개그맨이 부르는 노래까지 다양한 형태의 노래가 캐럴로 분류됩니다. 문득 궁금증이 생깁니다. 대작곡가들이 작곡한 캐럴도 있을까요?

예수 탄생을 그린 작품 중에는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가 있습니다만 캐럴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보다는 음악사의 변방으로 치부돼 온 20세기 초 영국 작곡가들이 캐럴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교향모음곡 ‘행성’의 작곡자로 알려진 홀스트가 로제티의 시에 곡을 붙인 ‘음산한 한겨울에’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영국인들은 매우 사랑하는 캐럴입니다.

비슷한 시대의 작곡가인 본 윌리엄스도 영국 전통 캐럴을 모아 ‘크리스마스 캐럴 환상곡’이라는 작품으로 발표했습니다. 현대 작곡가인 브리튼은 예수 탄생을 주제로 한 중세 영국 시에 곡을 붙여 ‘캐럴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곡은 12, 13일 서울시합창단이 ‘성탄 축하’ 콘서트에서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영국 밖에서는 서울국제음악제를 맞아 내한 중인 현대 폴란드 음악 거장 크지슈토프 팬데레츠키도 초기 작품에 캐럴을 인용한 바 있습니다. 교향곡 2번 ‘성탄 교향곡’에 ‘고요한 밤’ 선율을 삽입했죠. 마침 20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이 그의 교향곡 7번 ‘예루살렘의 7개의 성문’을 한국 초연합니다.

아래 QR코드와 링크를 통해 중세와 현대 영국의 캐럴 곡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40

유윤종 gustav@donga.com
#크리스마스 캐럴#역사#바흐#본 윌리엄스#브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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