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잡은 기성용, 4년 전 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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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7시 00분


기성용. 스포츠동아DB
기성용. 스포츠동아DB
■ 선덜랜드 ‘중원의 핵’ 달라진 위상

4년 전엔 소속팀 셀틱서 주로 벤치 신세
선덜랜드 이적 후 주력 선수로 자리매김
기량 절정…6개월 앞 다가온 월드컵 기대

브라질월드컵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24·선덜랜드)은 요즘 쾌조의 컨디션으로 브라질 무대를 누빌 준비를 하고 있다. 기성용은 18일(한국시간) 첼시와 캐피털 원 컵(리그 컵) 8강에서 연장 후반 결승골을 터뜨려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종료 2분 전 문전 왼쪽에서 패스를 받아 중앙으로 파고들며 오른발 땅볼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팀의 4강행을 결정짓는 천금같은 득점이었다.

● 경험으로 얻은 교훈

4년 전 남아공월드컵을 앞뒀을 때와는 완전히 상황이 뒤바뀌었다.

기성용은 2010년 1월 FC서울에서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했다. 그 전까지 한국 출신 중앙 미드필더가 유럽에서 성공한 적이 없었다. 기성용은 탄탄한 체격조건에 영리함과 패싱력, 탁월한 센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학창시절 호주 유학 경험 덕분에 영어도 유창했다. 한 마디로 성공할만한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셀틱에서 당장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유럽의 벽은 높았다.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거친 것으로 정평 난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기성용의 수비력은 통하지 않았다. 벤치를 지키는 일이 잦았다. 팀을 떠날 생각도 많이 했다. 문제는 눈앞으로 다가온 2010남아공월드컵이었다. 기성용은 그 때 이미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월드컵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기성용의 경기감각은 뚝 떨어져 있었다. 대표팀 허정무 감독도 크게 걱정할 정도였다. 기성용은 월드컵 직전 조기 귀국해 대표팀 훈련에 일찍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며 감각을 끌어올려야 했다. 다행히 본선 무대에서는 컨디션이 살아났고, 남아공에서 원정 첫 16강 신화를 썼다.

이런 아픈 경험이 그를 살찌우게 했다. 올 여름이 터닝 포인트였다. 기성용은 올 여름 스완지시티에서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을 택했다. 구단이 아니라 기성용이 강하게 원했다. 기성용이 작년 스완지시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기에 이적 요청은 뜻밖이었다. 기성용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스완지시티가 올 시즌을 앞두고 중원 자원을 대거 보강하자 붙박이 주전으로 뛰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월드컵 바로 전 시즌에는 가장 중요한 게 경기출전이라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성용의 승부수는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기성용은 올 시즌 선덜랜드에서 14경기를 뛰었다. 최근 리그에서는 7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의 붙박이 중앙 자원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기성용은 홍명보호의 해외파 자원 중 손흥민(레버쿠젠)과 함께 가장 안정적인 출전을 자랑하고 있다. 경기를 뛰니 기량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 합류해 10월 브라질-말리, 11월 스위스-러시아 평가전에서 프리미어리거다운 클래스를 과시했다. 브라질을 향한 기성용의 발걸음이 아주 가볍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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