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4조 하림, 계란 유통업 진출… 양계농가-소상공인들 열 받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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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협… 중단 안하면 불매운동” 3000명 모여 여의도서 규탄대회

닭고기 업계 1위 업체인 하림그룹이 계란 유통사업 진출을 선언하자 양계농가와 소상공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소속 양계농민과 사단법인 한국계란유통협회 소속 상인 등 3000명은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산업은행 앞에서 ‘하림 계란 유통사업 진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하림은 닭고기 사업을 통해 육계 농가를 종속화시켰고 이제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가와 소규모 유통 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계란 유통사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하림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진 대한양계협회 정책기획부장은 “하림이 계란을 생산하지 않고 산란계 농가의 달걀을 유통만 시키겠다고 했지만 이는 결국 나중에 생산까지 하려는 의도”라며 “닭고기에 이어 계란까지 소규모 농가들이 대기업에 종속돼 자생력을 잃고 줄줄이 도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림은 지난달 27일 ‘브랜드란(卵)’으로 불리는 등급란 유통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친환경농가 인증을 받은 22개 사육농가의 무항생제 계란을 자사의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인 ‘자연신록’ 이름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하림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산란계 농가를 돕는 상생 차원에서 1년 전부터 사업을 준비해 왔다”며 “하림의 유통사업은 농가보다 도매상 위주로 된 현재의 계란 유통 구조를 바꾸고 생산과 유통이 각각 전문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란 직접 생산 여부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국내에 51개, 해외에 17개의 계열회사를 갖고 있는 축산물 생산·가공 및 유통 대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4조3000억 원이다. 하림이 닭고기 생산·제조업체가 계란 유통 사업에 뛰어든 것은 현생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현재 CJ제일제당, 풀무원, 오뚜기 등 계란 사업에 뛰어든 유통 대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한 닭고기 가공업체 관계자는 “(하림의 계란 유통사업 진출은) 그동안 닭고기 업계에서 ‘하지 말자’라며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양계 농민은 “닭고기 업계 1위 업체가 산란계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반대 분위기가 더 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하림의 계란 유통사업 진출로 등급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희성 이마트 달걀 바이어는 “CJ제일제당, 풀무원, 오뚜기 등으로 대표 됐던 ‘브랜드란’의 경쟁 구도에 하림이 들어와 경쟁이 치열해지면 다른 업체들이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하림#계란 유통업#양계농가#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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