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황창규의 재계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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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미스터 반도체’로 불린다. 반도체산업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1994년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했을 때의 핵심 주역이다. 그가 메모리사업부 사장(2000∼2008년) 시절 이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2002년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해외에서도 지명도가 높다.

▷이석채 전 회장의 사임으로 비어 있는 KT의 새 회장에 황 전 사장이 내정됐다. 그는 내년 1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회장에 취임한다. 2009년 삼성전자 부회장 승진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상담역으로 물러난 지 4년여 만에 국내 최대 통신업체의 수장(首長)으로 재계에 귀환하는 셈이다. 그는 “글로벌 신(新)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황 KT 회장 후보자의 좌우명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길을 찾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이다. 2005년 미국 전자산업협회 기술혁신 리더상 수상 소감에서도 “필사즉생 필생즉사로 전장에 나간 충무공처럼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에 오래 몸담았지만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나라 경제가 소수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도 했다.

▷KT와 포스코는 민영화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공기업 마인드나 관행이 적지 않다. 확실한 대주주가 존재하는 삼성의 전문경영인에서 KT의 총수로 변신하는 황 후보는 공기업 같은 굼뜬 체질을 혁신해 세계 유수 통신업체들의 반열에 올려놓을 과제를 안고 있다. ‘황창규 KT호(號)’의 최종 성적표는 말 많고 탈 많은 KT와 포스코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 앞으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번 KT 회장 선임을 지켜보며 포스코 회장에도 정치인 같은 비전문가를 배제하기를 기대해본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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