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회사 만들어 경쟁”… 노조 “민영화하려는 핑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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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쟁점 문답 풀이

양보 없는 코레일 노사 사상 최장기 철도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평행선을 달리는 코레일 노사 간 대립으로 철도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왼쪽 사진)과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김명환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위원장. 이훈구 기자 ufo@donga.com·뉴시스
양보 없는 코레일 노사 사상 최장기 철도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평행선을 달리는 코레일 노사 간 대립으로 철도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왼쪽 사진)과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김명환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위원장. 이훈구 기자 ufo@donga.com·뉴시스
《 9일 시작된 철도 파업이 17일로 9일째를 맞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지난달 6일 사측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의 임금협상이 결렬된 이후 파업 찬반투표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등을 거쳐 9일 오전 9시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이번 철도 파업은 사상 최장 파업이었던 2009년 파업(2009년 11월 26일∼12월 3일, 8일간) 기간을 이미 넘어섰다. 당초 “2, 3일이면 끝날 것”이라던 철도산업계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극한 대립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철도파업에 대한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
[Q1] 이번 철도 파업이 길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노조 “자회사라도 주식 팔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민영화”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노사 간 시각차가 파업 장기화 원인이다. 코레일은 파업 이틀째인 10일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해 경부선과 호남선을 오가는 고속철도(KTX) 운영사인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설립을 의결했다. 국내 유일의 철도사업자인 코레일 외에 코레일 자회사 형태의 철도 운영사를 만든 것이다.

코레일은 민영화를 하지 않는 대신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철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조는 민영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별도 회사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공공기관이 출자한다지만 언제든 민간 기업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Q2] 정부는 ‘수서발 KTX 민영화’에 어떤 입장인가.

정부 “수서발 KTX, 회사 정관으로 지분 매각 금지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철도노조에 대해 “정부가 누차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민영화하지 말라’며 파업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처하는 정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의 지분은 코레일(41%)과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자금(59%)으로 구성된다. 회사 정관을 통해 공공 지분 59%의 민간 매각을 금지했다. 여기에 코레일 동의 없이는 정관 개정도 불가능하다.
[Q3] 민영화하려는 것도 아닌데 수서발 KTX를 별도 법인으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DJ정부 때 코레일 경쟁 유도 결정… MB 때는 민간회사 추진


정부는 경쟁 구도를 도입해 철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코레일 부채는 17조6000억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중 8위에 해당한다. 효율적인 철도 운영을 통해 부채를 줄여야 하지만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00억∼700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내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당시 ‘철도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만든 이후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코레일의 경쟁자를 만들어 철도 부문을 효율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간이 운영을 맡는 방향으로 추진했지만 현 정부에서 코레일 자회사 형태로 선회한 것이 지금의 수서발 KTX 운영사다.
[Q4] 코레일과 그 자회사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가능한가.

노조 “자회사와 경쟁 불가”… 정부 “서비스 차별화 가능”

역시 노조와 정부 및 코레일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노조는 코레일의 발표대로라면 신설 법인은 ‘자회사이면서 경쟁 상대이고 계열사인 것 같으면서 아니기도 한 애매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또 자회사 신설이 공기업 개혁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게 노조 측 의견이다.

반면에 정부는 모자 회사 간에도 독점규제법이 적용돼 자체적으로 요금을 결정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Q5] 이번 파업은 불법 파업인가.

정부 “근로조건과 무관한 불법파업”… 노조 “고용과 밀접한 관련”


정부는 이번 파업을 처음부터 ‘불법’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16일 공안대책협의회를 거쳐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을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이 없는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철도공사 측이 민영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으므로 노조가 민영화 저지를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할지 사측이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과 대체인력 고용과 철도의 정상적 운행을 어렵게 해 국가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노조는 수서발 KTX 출자 문제가 고용 및 노동조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정당한 파업이라고 주장한다. 수차례 교섭을 거쳤고 사전에 예고해 온 파업이라는 것이다.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합법 파업이라는 의견이다.
[Q6] 파업 길어져도 시민 불편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철도 항공 수도 전기 병원은 파업하더라도 ‘필수유지 인력’ 남겨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는 이른바 ‘필수공익사업’을 정해놓았다. 만약 업무가 중단됐을 때 국민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뜻한다.

철도 항공 수도 전기 병원 등이다. 해당 사업 노사는 쟁의행위에 대비해 필수유지업무를 정상적으로 유지·운영하기 위한 필요 인원 등을 논의해 협정을 체결한다. 철도의 경우 열차 유형별로 필수유지운행률(56.9∼63.0%)이 정해져 있다. 이에 맞춰 기관사 차장 검수원 등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를 방해하는 건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다. 이번 파업에서는 8418명이 필수유지인력으로 사업장에 남았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이성호·강경석 기자
#철도 파업#철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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