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브레이크] KBL이 소속 구단보다 경징계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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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7시 00분


무방비 상태의 KCC 김민구를 코트 내에서 가격해 논란을 일으킨 SK 애런 헤인즈가 16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aenjjun
무방비 상태의 KCC 김민구를 코트 내에서 가격해 논란을 일으킨 SK 애런 헤인즈가 16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aenjjun
■ 고의 가격 헤인즈 솜방망이 징계 파장

구단보다 심각성 모르는 연맹에 화살
유사 사태 재발에 제도적 용인한 셈
일 터질 때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한선교 총재 수장 역량도 다시 물음표


법원에서 판사가 징역 2년을 선고했더니, 죄를 지은 가해자의 가족은 “아니다. 죄가 중하니, 3년을 보태 5년을 살겠다”고 하는 꼴이다. SK가 17일 소속 외국인선수 애런 헤인즈에 대해 구단 자체적으로 3경기 출장정지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 한국농구연맹(KBL)이 재정위원회를 열어 헤인즈에게 ‘2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지만, SK는 한발 더 나아갔다. 헤인즈는 구단 방침에 따라 내년 1월 3일까지 예정된 SK의 5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 불씨 더 키운 KBL의 솜방망이 징계

헤인즈는 14일 홈경기 도중 무방비 상태의 KCC 김민구를 코트 내에서 가격하는 상식 밖의 행동을 저질렀다. 문경은 감독과 SK 구단은 즉각 사과하고, 헤인즈 역시 공개석상에서 머리를 숙였지만 헤인즈에 대한 비난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KBL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또 다른 비난을 자초했다.

KBL은 16일 재정위원회 결과를 설명하며 “그동안 관례를 봤을 때 결코 가벼운 징계가 아니다”고 강변했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솜방망이 징계로 인해 ‘제2, 제3의 헤인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도록 KBL이 아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즉 ‘방조죄’에 해당한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다.

한 프로 현직 감독은 “벌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2게임 출장정지라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이번 일은 젊은 선수들이 감정이 격해 코트에서 주먹다짐을 한 것이 아니다. 심판의 눈을 피해, 다분히 고의적으로 상대 선수에 위해를 가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 도마 위에 오른 KBL의 행정력

2013∼2014시즌을 앞두고 남자프로농구계는 모처럼 장밋빛 희망을 품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의 호성적과 대형 신인들의 가세로 인기 부활을 기대했지만, 정작 시즌이 개막한 뒤 수많은 호재는 관중 동원 등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KBL 수장인 한선교 총재는 바쁜 국회 일정에도 불구하고 농구장을 수시로 찾는 등 열정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정작 커미셔너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역할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재정위원회 징계 역시 한 총재의 최종 결재를 통해 발표됐다. 재정위원회의 솜방망이 징계에 따른 최종 책임 또한 한 총재에게 있다는 얘기다.

한 총재가 그동안 몇몇 사람들의 ‘인의 장막’에 가로막혀 농구계 전체의 의견을 듣지 못하고 왜곡된 정보에 빠져 있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한 총재가 이끄는 KBL은 지금까지 수차례 불거진 심판 자질 문제를 비롯해 여러 불미스런 일에 대해서도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임기응변식의 땜질 처방에만 급급해왔다. 이번 사태로 KBL은 또 한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했다. 아니 외양간을 고칠 수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권위 훼손을 KBL이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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