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얼른 사인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니까 구단 관계자분이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느냐’고 하시더라고요. 큰 욕심도 없었고 잘 해야 동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제야 금액을 확인해보니….”
넥센 송지만(40)이 17일 털어놓은 연봉협상 비화의 한 토막이다. 송지만은 하루 전 올해 연봉 8000만원에서 2000만원 오른 1억원에 2014시즌 재계약을 마쳤다. 아마도 프로야구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한 해. 팀과 동고동락한 베테랑 선수에게 구단이 안긴 뜻밖의 선물이었다.
불과 1년 전, 송지만은 2억5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나 삭감된 8000만원에 사인하고 쓸쓸하게 사무실을 나왔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억대 연봉자’로 복귀했다. 그 ‘1억원’이라는 액수가 일으킨 마음의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그는 “요즘은 억대 연봉 선수들도 많고,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의 몸값도 어마어마하지만, 1억원이라는 돈이 지금의 내게는 정말 의미 있게 와 닿는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송지만이 처음으로 연봉 1억원을 넘긴 해는 2001년. 그러나 그는 “시드니올림픽(2000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기대만큼 올려 받지를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오히려 억대 연봉이라는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FA 계약도 해보고 5억원, 6억원의 연봉도 받아보면서 어느새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다르다. 송지만은 계약을 마친 뒤 귀가해 아내와 마주 앉아 “모든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 대화를 나눴다. 19번째 시즌에 받게 된 1억원의 연봉이 또 다른 의지를 심어준 것이다. 그는 “내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1억원을 벌 수 있겠는가. 구단에 감사한 마음과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교차해 기분이 묘했다”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년 한 해를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