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째 약속 지킨 정진석 추기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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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된 뒤에도 공부 게을리 않고 해마다 책을 내자”

정진석 추기경(82·사진)은 매년 말이면 성탄절을 즈음해 ‘선물’을 내놓는 산타클로스다. 그러나 그 선물은 장난감이나 먹을거리가 아닌 책이다. 정 추기경은 사제가 되기 전인 부제(副祭) 시절 함께 공부하던 고 박도식 신부(전 대구가톨릭대 총장)와 ‘신부가 되고 나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고 매년 책을 출간하자’고 약속했다. 자신이 먼저 책을 통해 얻은 삶의 풍요를 다른 이들과도 나누자는 뜻이었다.

이 약속은 1961년 사제품을 받은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52년째 지켜지고 있다. 지난해 은퇴 전까지 서울대교구장으로서 맡은 일이 많을 때도 예외가 없었다. 정 추기경은 그동안 전공인 교회법 관련 해설서뿐만 아니라 ‘안전한 금고가 있을까’ ‘믿음으로 위기를 극복한 성왕 다윗’ 등 교리와 영성을 쉽게 풀이한 책들도 저술해왔다.

정 추기경이 최근 출간한 책은 ‘닫힌 마음을 활짝 여는 예수님의 대화’(가톨릭출판사). 이 책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진리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가 답변한 내용을 해설하는 방식으로 서술돼 있다. 정 추기경은 머리말에서 “예수님이 비유를 통해 전하신 가르침뿐만 아니라 강연이든, 담화든, 질의응답이든 모두가 지혜 그 자체”라며 “쉽게 풀 수 없는 선과 악의 신비, 삶과 죽음의 신비, 영원한 생명의 신비 등에 관한 궁금증으로 가슴 답답해하는 여러분에게 주님의 말씀을 소개할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 책은 신자들이 느낄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쉽게 풀어준다. ‘성전을 정화하신 사건’ ‘예수님의 권한에 관한 논쟁’ ‘사마리아 여자와의 대화’ ‘간음하다 잡힌 여인’ 등 12개 장으로 이뤄졌다. 정 추기경은 책에서 “유대교 지도자들은 백성들이 예수를 따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예수님이 대답할 수 없겠다고 여길 만한 고약한 질문을 거듭했다. 하지만 예수의 지혜로운 반문에 유대 지도자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도리어 흉악한 속셈을 드러내곤 했다”고 설명한다.

정 추기경은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을 그만두면서 교구청 주교관에서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쪽으로 거처를 옮긴 뒤 후임 교구장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명동대성당 출입을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추기경께서 이번 책 출간도 따로 행사를 하거나 알리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정진석#박도식#닫힌 마음을 활짝 여는 예수님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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