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비결? 예능 생초보 여배우 투입… ‘오버’ 않고 진정성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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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능은 실패한다’ 편견 깬 ‘꽃보다 누나’

‘왕누나’ 윤여정부터 막내 짐꾼 이승기까지 역할 분담을 고려한 똑똑한 캐스팅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tvN의 ‘꽃보다 누나’. 왼쪽부터 김희애 윤여정 이미연 김자옥 이승기. tvN 제공
‘왕누나’ 윤여정부터 막내 짐꾼 이승기까지 역할 분담을 고려한 똑똑한 캐스팅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tvN의 ‘꽃보다 누나’. 왼쪽부터 김희애 윤여정 이미연 김자옥 이승기. tvN 제공
여배우 4인의 여행기를 담은 tvN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가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위협하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1회는 전작인 ‘꽃보다 할배’의 최고 시청률(7.4%)을 훌쩍 넘은 10.5%로 출발했다. 2회 방송이 나간 6일에는 경쟁 채널에서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경기가 방송됐음에도 8.6%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여성이 메인 출연자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KBS ‘청춘불패’, SBS ‘골드미스가 간다’,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여배우들의 여행기라는 점에서 ‘꽃누나’와 콘셉트가 같은 KBS ‘마마도’ 역시 저조한 시청률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여성 예능은 실패한다는 속설을 깬 ‘꽃누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역할 분담을 계산한 똑똑한 캐스팅에서 이유를 찾는다. 토크쇼나 시트콤에 출연해 예능 감각을 검증 받은 윤여정과 김자옥으로 안정감을 확보한 뒤 예능계에선 신인인 김희애 이미연으로 신선함을 줬다는 분석이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4명의 조합을 뜯어보면 ‘검증 반, 모험 반’ 식의 캐스팅이다. 억지 웃음을 유발하려는 개그 캐릭터 없이도 4명의 조합이 무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철저한 위계질서가 있는 점도 멤버들 사이에 원활한 화학작용을 도왔다. ‘꽃할배’에서 나이와 경력 순으로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으로 서열이 정리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윤여정-김자옥-김희애-이미연 순의 서열이 확실하게 잡혀 있다. 김 평론가는 “나영석 PD가 그동안 여행 예능인 ‘1박2일’(KBS)과 ‘꽃할배’를 연출하면서 멤버 간 확실한 서열 정리가 있어야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막내 겸 짐꾼인 가수 이승기는 기가 센 누나들 사이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1박2일’을 함께해 ‘허당 승기’의 캐릭터를 잘 아는 나 PD는 자연스럽게 ‘꽃누나’의 ‘짐승기’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기 센 누나들 등쌀에 밀려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찾는 이승기를 보며 “쟤는 예쁘긴 한데 쓸 데가 없어∼”라고 혀를 차는 윤여정의 말에서 나 PD가 ‘헛똑똑이’ 이승기를 짐꾼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나 PD와 이우정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한몫하고 있다. 제작진은 1회부터 ‘트러블 메이커’ 윤여정, ‘유유자적’ 김자옥, ‘욱’미연, ‘짐승기’ 등 별명들을 붙여가며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1회에서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20대의 동안 미모를 유지하는 김희애를 부각시켰고, 2회에서는 쿨한 성격의 이미연을 강조하는 등 회마다 전략적으로 강조하는 인물이 다르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출연자들이 애써 웃기려고 하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10일간의 무미건조한 여행기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사전 제작 시스템이어서 여유 있게 이야깃거리를 뽑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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