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실각 후폭풍]柳통일 “張 실각했다고는 말 안해” 野 “하루새 오락가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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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각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실각 가능성은 농후하다.”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 출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이 신뢰할 만한 정보냐’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류 장관은 장 부위원장의 실각을 공개한 경위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여러 매체에서 장성택에 관한 첩보성 이야기가 나와서 정부가 사실 관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기 위해 관련 사실을 발표했다”면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과 대외 도발 가능성 징후 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김정은의 리더십이 얼마만큼 구축이 됐는지, 또 작동이 되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북한 정치의 특성상 김정은의 리더십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공고하다”고 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장성택의 실각 여부에 대해 “좀 더 상황을 예의 주시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전날 국가정보원이 “최근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됐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성택의 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표를 한 데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민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북한 2인자의 실각과 관련된 정부의 메시지가 하루 사이에 오락가락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 관련 주요 정보는 통일부 등 관련 부처가 발표해왔다. 이 때문에 국정원 개혁특위나 국가기관 대선 개입 특검 등을 겨냥해 국정원이 또다시 이슈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정원이 최초로 입수한 정보는 ‘장 부위원장이 11월 18일자로 가택연금 상태’라는 것”이라면서 “이런 내용이 실각설 등으로 확대되어 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조명철 위원도 류 장관에게 “정보기관은 정확한 정보를 정부 주무부처에 제공해야 하는데 국정원이 직접 발표를 하는 것은 상식과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류 장관은 “(장 부위원장 실각은) 정보사항이기 때문에 그것을 수집한 정보당국이 발표하는 게 더 수위에 맞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홍준 외교통일위원장도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런 지적에 신경 써야 한다”며 국정원의 일방적인 발표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정원은 이날 별다른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남재준 국정원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장성택의 실각설에 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북한#장성택#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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