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영 앤 뷰티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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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일탈속에 숨은 헛되고 위태로운 욕망

프랑수아 오종의 열네 번째 영화 ‘영 앤 뷰티풀’에서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보여준 1991년생 프랑스 배우 마린 박트. 찬란 제공
프랑수아 오종의 열네 번째 영화 ‘영 앤 뷰티풀’에서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보여준 1991년생 프랑스 배우 마린 박트. 찬란 제공
5일 개봉하는 프랑수아 오종(46)의 신작 ‘영 앤 뷰티풀’은 10대 소녀 이자벨(마린 박트)의 성장담을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라는 소재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이자벨이 열일곱 생일을 앞둔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1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여름 휴가지에서 독일 청년과 첫 경험을 치른 이자벨은 이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낯선 남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해 겨울 성매매 대상 중 한 명인 노신사의 죽음으로 성매매 사실이 발각된다.

영화 속에서 평범한 중산층 출신의 이자벨이 청소년 성매매에 빠지게 된 이유는 모호하다. 이자벨이 엄마의 불륜을 목격하는 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성매매를 하는 충분한 이유라고 하긴 어렵다. 청춘의 일탈 이유 자체가 모호한 것처럼 영화 속 이자벨의 속마음을 알기란 쉽지 않다.

성매매를 다룬 작품들과 달리 이자벨의 일탈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차분하다. 딸의 성매매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실비에는 분노하고 심리상담을 받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갈등이 지연되진 않는다. 이자벨의 벗은 몸을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조차 담담하다.

영화는 젊고 아름답지만 그래서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것에 주목한다. 빛나는 젊음을 가진 이자벨은 위태롭고 헛된 욕망을 품은 미숙한 존재다. 이 때문에 영화 후반부 이자벨과 죽은 노신사의 아내(샤롯 램플링)가 대면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가족을 비롯한 타인과 소통을 거부했던 이자벨은 그의 ‘먼 미래’인 노부인과의 만남에서는 마음의 빗장을 푼다.

‘프랑스의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오종 감독은 ‘인 더 하우스’(2012년) ‘타임 투 리브’(2005년) ‘스위밍 풀’(2003년)에서 파격적인 주제와 도발적인 아름다움을 다뤄왔다. 여배우의 아름다움과 여성의 심리를 포착하는 능력은 여전히 탁월하고,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 단계 성숙해진 느낌이다.

모델 출신의 마린 박트는 미묘한 10대 소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화보처럼 아름답다. 이 영화로 유럽 영화의 차세대 배우로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듯하다. 18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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