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너무 낙관했네… ‘나라 가계부’ 곳곳 주름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재정운용계획 5년치 분석 결과

정부가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짜면서 전망한 경제성장률이 실제 성장률보다 너무 낙관적이어서 재정수입이 크게 부족해지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밋빛 경제전망 때문에 나라 살림살이가 주먹구구로 운용되는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일 내놓은 중기재정운용계획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전망한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4.6%로 실제 성장률 평균치인 3.0%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성장률을 3.6%로 예상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이후 매년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이 엇갈리는 현상이 반복됐고 올해도 정부 전망치(4.6%)와 한국은행 전망치(2.8%)가 큰 차이를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전망치가 현실을 더 잘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부의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 때문에 세금 수입을 비롯한 정부 수입에 대한 전망이 실제 들어온 수입보다 부풀려지고 있다. 정부는 매년 예산을 짤 때 성장률이 높아지는 만큼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간주해 예상 총수입을 잡는다. 실제 최근 5년간 정부가 예상한 연간 재정수입 평균치는 325조8000억 원에 이르렀지만 실제 평균 재정수입은 317조9000억 원으로 전망보다 7조9000억 원 적었다.

재정수입이 부족해짐에 따라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도 생겼다.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 국채를 발행해 각종 국가사업에 드는 재원을 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9년 국가채무 전망치는 340조 원이었지만 실제 국가채무는 360조 원에 이르렀다. 올해 실제 국가채무는 480조 원으로 당초 전망치보다 4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재정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나타내는 재정수지 흑자가 2009년부터 5년 동안 평균 17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지는 9조6000억 원이었다. 성장률 전망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재정수입,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 모든 지표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중기재정운용계획이 실제 나라 살림살이 운용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경제전망을 보수적으로 하고 주요 재정지표에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재정준칙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부#재정#재정운용계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