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박병호의 가치, 넥센 72승 중 혼자 8.6승 따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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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공헌도로 계산하는 프로야구 ‘승리 지분’ 살펴보니

올해 프로야구 최고 선수는 단연 넥센 박병호(27)다. 박병호는 홈런 37개를 때려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공동 다승 1위(14승)를 차지한 SK 세든(30), 삼성 배영수(32)와 비교했을 때 박병호의 팀 승리 공헌도는 어느 정도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미국의 야구 통계학자 빌 제임스(64)가 쥐고 있다. 제임스는 빅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인 기법으로 야구 기록을 연구하는 ‘세이버메트릭스’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002년 야구 기록을 토대로 각 선수가 팀 승리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승리 지분(Win Shares)’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책이 나온 이듬해 메이저리그 보스턴은 그를 특별 고문으로 채용했고, 2004년 보스턴은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 능력이 아닌 실적 평가

승리 지분은 주식 배당처럼 한 팀이 1년 동안 거둔 승수를 각 선수의 공헌도에 따라 배분한 값이다. 공헌도 계산에는 안타 홈런 도루 같은 공격 성적부터 병살 처리 횟수 같은 수비 기록까지 두루 쓰인다. 선수들은 능력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승리 지분을 갖는다. 이를테면 수비 능력이 좋다고 명성이 자자한 선수도 자기 쪽으로 타구가 날아오지 않아 수비 기회가 적었다면 수비에서 승리 지분을 적게 받는 방식이다. 실제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했다면 팀 승리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공헌도 계산 때는 구장 차이도 반영한다. TV 중계 때 해설위원들이 “잠실구장은 담장까지 거리가 멀어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투수들의 홈런 부담이 적다”고 하는 해설을 기록으로 바꿔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속 팀이 다르면 똑같은 성적을 올린 선수도 승리 지분은 달라질 수 있다.

○ 박병호는 8.6승 선수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승리 지분을 받은 선수는 역시 박병호(8.6승·넥센 72승 2무 54패)다. 세든(6.1승)은 투수 중에서 가장 승리 지분이 많았지만 박병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평균자책점(4.71)이 높았던 배영수는 2.5승밖에 되지 않았다.

박병호 다음은 팀 동료 강정호(26)였다. 수비하기가 까다로운 유격수로 1072이닝(유격수 부문 1위)을 뛰면서도 홈런 5위(22개)에 오른 강정호는 7.7승을 인정받았다. 다음은 7.6승의 LG 외야수 박용택(34). 타격 성적만 놓고 볼 때는 박용택보다 뛰어난 외야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LG 안방이 잠실구장인 영향을 감안한 결과다. 신인 선수 중에서는 최우수신인선수로 뽑힌 NC 이재학(23)이 가장 많은 승리 지분(4.2승)을 챙겼다. 다음은 3.7승의 같은 팀 나성범(24)이었다. 이들과 함께 신인왕 후보였던 두산 유희관(27)은 2.2승을 얻는 데 그쳤다. 올해 두산은 수비보다 공격이 좋은 팀이었던 데다 잠실이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기 때문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넥센#박병호#MVP#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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