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노조원들 체코공장서 쇼크 받았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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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 생산직 사원 수십명… 현장체험서 작업속도 못따라가
현지 여직원 도움받아 겨우 마쳐… “국내서 느슨한 환경에 익숙한 탓
車 1대 생산에 시간 두배 걸려” 윤갑한 사장, 사보에 글올려 질타

“얼마 전 체코공장으로 현장체험 연수를 간 울산공장 직원 수십 명이 작업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현지 20대 여직원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내 공장 근로자들이 수십 년간 느슨한 작업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인 윤갑한 사장(55·사진)은 2일 현대차 사보(私報)인 ‘열린 광장’에 기고한 ‘우리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이라는 글을 통해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을 질타했다.

그는 현대차 임원 5명과 함께 지난달 18∼2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체코 노소비체의 현대차 공장을 방문했다. 2008년 준공된 러시아 공장은 ‘액센트’를 연간 20만 대 생산하고 있다. 2006년 준공된 체코 공장은 ‘i30’와 ‘투싼’을 연간 30만 대 만들고 있다.

윤 사장은 “이번 해외공장 방문은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였다”라며 “경영자로서 반성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돌아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근로자 개개인이 자기 일에 대한 높은 책임감을 갖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공장을 짓고 높은 기술력을 갖춰도 시쳇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이 지적한 국내외 공장의 생산성 차이는 실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28.4시간이다. 하지만 미국 공장은 14.4시간, 체코 공장은 15.8시간, 러시아 공장은 16.9시간에 불과하다.

윤 사장은 “러시아와 체코 공장은 ‘맏형’인 울산공장으로부터 자동차 생산 전반에 걸친 기술을 전수받은 ‘아우’ 공장”이라며 “속담에선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했지만 현지 공장을 둘러본 뒤 이런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또 “현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일하는 공장의 실력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며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육박하는 국내 공장에서 노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사장은 기업의 성장이 정부와 노조의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 상당수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비정규직 이슈가 체코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며 “체코 정부가 파견직 비율을 25%까지 보장해주고 노조도 이에 시비를 걸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정부, 기업, 노조의 기본적인 역할 분담이 엇박자를 내면 지금 확보된 일자리조차 위협받을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 관련 법안을 하루빨리 현실화하고 노조도 일자리 나누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대차#체코공장#울산공장#윤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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