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프리즘] ‘공포의 1할 타자’ NC 권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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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4일 07시 00분


NC 권희동(오른쪽)이 규정타석을 채우면, 1할대 타율로 두자릿수 홈런을 친 사상 첫 타자가 된다. ‘1할’이라는 숫자는 아쉽지만, 땀으로 이뤄낸 성과라 더 값지다. 스포츠동아DB
NC 권희동(오른쪽)이 규정타석을 채우면, 1할대 타율로 두자릿수 홈런을 친 사상 첫 타자가 된다. ‘1할’이라는 숫자는 아쉽지만, 땀으로 이뤄낸 성과라 더 값지다.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야구 31년 역사상 4할 타자는 몇 명일까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원년인 1982년 타율 0.412를 기록한 백인천 전 감독뿐입니다. 최근에 왜 4할 타자가 다시 탄생하지 않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까지 출간될 정도로 대기록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31년간 과연 1할 타자는 있었을까요? 규정타석을 채우려면 경기당 3.1타석을 소화해야 합니다. 팀의 주전급이 아니면 달성하기 힘듭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규정타석을 넘긴 타자 중 타율이 가장 낮은 선수를 일컫는 ‘멘도사 라인’으로 유명한 마리오 멘도사의 통산 타율도 0.215였습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멘도사 라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수비가 뛰어난 내야수 아니면 포수였습니다. 그들도 대부분 2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1할 타자가 프로 1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1할 기록은 어쩌면 4할만큼이나 힘들어 보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역대 1할 타자를 문의했습니다. ‘단 한 명도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난해까지 그 어렵다는 1할대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3명 있었습니다. 1986년 권두조(청보·0.162), 1997년 김호(쌍방울·0.199)와 박진만(현대·0.185)이 그 주인공입니다. 타율은 1할대에 불과했지만, 모두 빼어난 수비를 자랑하던 유격수들입니다. 그래서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2013년 한국프로야구는 또 한명의 1할 타자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사상 첫 외야수 1할 타자입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타율은 1할대지만 홈런을 14개나 터트린 ‘공포의 1할 타자’라는 점입니다.

NC 권희동(23)은 23일까지 114경기에서 375타석 328타수 64안타로 타율 0.195를 기록 중입니다. 팀의 남은 7경기에서 21타석을 더하면 규정타석을 꽉 채웁니다. 평균 3타석,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제발 전광판 타율 칸의 맨 앞에서 숫자 ‘2’를 보고 싶다”는 스스로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기록’은 달성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권희동에게 1할대 타율은 놀림감이 아닌 시련을 오직 땀으로 이겨낸 값진 성과입니다.

권희동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특별지명을 포함해 86번째로 지명된 선수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며 그라운드에 아낌없이 온 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데뷔 첫 해 14개의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슈퍼루키’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팀 동료 나성범보다 오히려 1개 더 많은 홈런입니다. 이 정도면 공포의 1할 타자뿐 아니라 아름다운 1할 타자가 아닐까요.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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