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소말리아 파병 보복” 이슬람조직 ‘알샤바브’ 소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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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국제적 관심 모으려 주말 쇼핑몰 타깃… 민간인 30여명 억류한 채 군경과 대치

21일 토요일 정오께 시작된 알샤바브의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는 22일 인질극을 벌이며 이틀째 계속됐다. 테러 직후 출동한 케냐 군과 경찰특공대는 알샤바브 조직원들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1층과 지하층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대규모 케냐 군경이 출동했음에도 알샤바브 조직원들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것은 30여 명으로 추정되는 인질 때문이다. 인질 중에는 외국인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케냐 군경이 진압 결단을 내리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테러가 발생한 나이로비는 아프리카 교통·상업 중심지로 유엔 건물을 비롯해 각종 외교시설이 밀집해 있다.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은 유엔 건물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으며 부유한 케냐인과 외국인이 주말을 보내는 곳이다. 테러가 발생한 시간은 인파가 가장 붐비는 토요일 낮 시간이어서 인명 피해가 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알샤바브는 보복을 하면서 국제적 이목을 끌기 위해 지역(케냐 나이로비), 장소(고급 쇼핑몰), 시간(토요일 정오)을 치밀하게 선정했다”고 분석했다.

알샤바브는 테러 직후 “이번 테러는 2011년 케냐가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견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알샤바브는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케냐의 소말리아 파병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고 실제로 여러 차례 공격을 해오다 이번에 대규모 테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소말리아에 파견된 케냐군이 아프리카평화유지군(AMISOM)의 핵심 전력으로 알샤바브에 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AMISOM은 우간다, 케냐, 부룬디, 시에라리온, 지부티 군인 등 약 1만80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소말리아 정부를 도와 이슬람 반군을 축출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숫자가 많은 우간다군 5700여 명은 수도 모가디슈에서 소말리아 정부를 돕고 있어 알샤바브와 접촉이 적다. 반면 케냐가 파병한 군 약 5000명은 남부 지역에 배치돼 이곳을 거점으로 하는 알샤바브와 크고 작은 전투를 벌였다. 지난해 10월 케냐군은 알샤바브의 거점 항구도시인 키스마요를 공격해 이곳에서 알샤바브를 축출했다. 그동안 키스마요 항을 통해 소말리아의 석탄을 밀수출하는 등 적잖은 수익을 거뒀던 알샤바브는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22일 나이로비 무장테러 공격을 일제히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전면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라며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무고한 시민에 대한 ‘비열한 테러 공격’을 가장 강력한 단어로 규탄한다”며 “이런 극악한 짓을 저지른 이는 정의의 심판대에 세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케냐#나이로비#쇼핑몰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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