絃으로 그린 베토벤의 가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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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현악사중주단 무대 잇달아
세계 으뜸 실내악단 하겐 콰르텟 27일 내한공연

가족에서 출발해 30년이 넘게 실내악단을 유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고 내밀한 속삭임을 들려주는 오스트리아 하겐 콰르텟. 왼쪽부터 라이너 슈미트(제2바이올린), 클레멘스 하겐(첼로), 베로니카 하겐(비올라), 루카스 하겐(제1바이올린). LG아트센터 제공
가족에서 출발해 30년이 넘게 실내악단을 유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고 내밀한 속삭임을 들려주는 오스트리아 하겐 콰르텟. 왼쪽부터 라이너 슈미트(제2바이올린), 클레멘스 하겐(첼로), 베로니카 하겐(비올라), 루카스 하겐(제1바이올린). LG아트센터 제공
베를린 필하모닉이 오케스트라로 첫손에 꼽힌다면, 실내악단에는 이들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하겐 콰르텟이다. 미국의 에머슨 콰르텟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이들은 프로젝트나 레퍼토리 면에서 전 세계 실내악단의 기준점 같은 역할을 한다.

올가을 하겐 콰르텟을 비롯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주축이 된 서울 스트링 콰르텟, 열정 넘치는 20대 연주자들로 꾸려진 노부스 콰르텟까지 실력 있는 현악사중주단의 무대가 잇달아 펼쳐진다.

하겐 콰르텟은 27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이들의 핵심 레퍼토리인 베토벤 현악사중주 9번 ‘라주모프스키’와 13번 ‘대푸가’를 만날 수 있다. 음악칼럼니스트 한정호는 “하겐 콰르텟은 음반보다 실연이 더 좋다는 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실내악단 연주회 외에 다른 활동을 되도록 줄여 공연의 순도를 높이는 데 전념하는 연주단체”라고 말했다.

하겐 콰르텟은 오스트리아 음악 명가인 하겐가(家)의 형제자매인 루카스와 안젤리카(이상 바이올린) 베로니카(비올라) 클레멘스(첼로)가 10대 때인 1981년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창단했다. 1987년 제2바이올린을 맡은 안젤리카가 현재의 라이너 슈미트로 교체된 뒤 지금껏 같은 멤버로 호흡을 맞춰왔다.

하겐 콰르텟은 아마데우스나 보로딘 콰르텟 같은 전통적 현악사중주단에 비해 자극적인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을 받는다. 악장 간 드라마틱한 대비를 위해 톤을 희생하거나 때로 과장됐다고 할 정도로 강렬하게 음을 시작하고 신경질적으로 활을 긋기도 한다. 음악칼럼니스트 이정엽은 “전통에 개성을 더하는 ‘하겐 스타일’은 아르테미스, 에벤, 예루살렘 콰르텟 등 후배 실내악단의 연주 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김재영 김영욱(이상 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문웅휘(첼로)로 구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2002년 해체된 금호현악사중주단 이후 한국의 브랜드로 꼽힐 만한 실내악단이다. 노부스 콰르텟은 10월 1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연주한다. 이번에는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6번, 베르크 현악사중주를 위한 서정적 모음곡,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6번을 연주한다.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은 “혈기왕성한 젊은 연주자들이지만 비인기 장르인 실내악에 뜻을 모아 국내 음악계의 기대가 크다. 8월 바흐 ‘푸가의 기법’ 연주 등 도전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자신감과 성실함을 입증했다”고 평했다.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의 핵심 단원들은 자체적으로 실내악단을 꾸려 활동한다. 베를린필에는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 12첼리스트, 베를린필 8중주단 등이 있다. 악단으로서는 실내악 활동이 정밀한 앙상블 연마에 도움이 되고, 관객으로서는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맛보기 어려운 섬세한 디테일을 솔리스트급 단원들의 실내악 연주에서 즐길 수 있다. 서울시향에도 단원들이 주축이 된 실내악단으로 서울 스트링 콰르텟과 가이아 콰르텟 등이 있다.

부악장인 신아라와 웨인 린, 비올라 수석 훙웨이황과 첼리스트 박상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이뤄진 서울 스트링 콰르텟은 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홀 무대에 선다. 이번에는 최은식 서울대 교수가 객원 비올리스트로 참여한다.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9번 ‘불협화음’, 베토벤 현악사중주 11번 ‘세리오소’, 드보르자크 현악사중주 12번 ‘아메리카’를 선곡했다. 학구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이 나온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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