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총기난사는 분노조절 장애인 단독범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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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코앞 해군시설에서 총격… 범인 포함 13명 숨지고 8명 다쳐
美, 항공기 이착륙금지 등 한때 패닉… 당국 “테러 가능성 완전 배제 안해”

16일 미국 수도 워싱턴 한복판의 해군시설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분노조절 장애를 지닌 30대 흑인 남성의 단독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공범 2명을 찾기 위해 워싱턴 일대에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으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나면서 경계 태세는 해제됐다. 하지만 백악관과 의회 의사당 코앞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한때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이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되면서 워싱턴 시민들은 또다시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5주년 연설을 하기에 앞서 “또다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며 “비겁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총기사건 발생 몇 시간 후에는 백악관 북쪽 입구 밖에서 한 남성이 폭죽을 터뜨려 백악관 주변 통행이 긴급 봉쇄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워싱턴 남동쪽 ‘네이비 야드’(해군 복합단지) 내 해군 함정 설계 및 수리소인 해군시스템사령부(NAVSEA) 건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범인 에런 알렉시스(34)를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모두 민간인 직원으로 군인은 1명도 없었다.

목격자들은 “범인이 단지 내 197번 건물의 4층에서 1층 식당 쪽을 향해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현장에서는 범인이 사용한 AR-15 공격용 소총, 반자동 권총, 산탄총 등 3종의 총기가 발견됐다. 총기 일부는 범인이 지난주 버지니아 인근 총포상에서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건물 출입을 할 수 있는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총기를 휴대하고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시장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테러분자의 소행이라고 믿을 근거는 없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연방수사국(FBI)은 “범인이 사망함에 따라 동기 및 행적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범인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의 신고를 당부했다. 범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9·11테러 때 구조 작업에 참가한 뒤 정서적 혼란을 겪어 분노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범인은 해군 상근 예비역 군인 출신으로 올 5월경 워싱턴으로 이주해 해병대 인트라넷 관련 협력업체 ‘더 엑스퍼츠’ 계약직원으로 일해 왔으며 지난주부터 네이비 야드에서 근무했다. 이에 앞서 그는 2007년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해군에 입대해 온라인 대학 수업을 들으며 항공학 학사 학위를 따고 포상을 받는 등 착실하게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련의 부적절한 행위’로 2011년 1월 전역했다. 알렉시스는 2004년과 2010년 두 차례 총기 발사 사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 친구는 “알렉시스는 공격적 성격은 아니지만 총기 발사 비디오 게임을 자주 즐겼다”고 밝혔다. 범인은 또 최근 고용주와 급여 문제로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의 쿼터백’이라는 별명을 가진 네이비 야드는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0분(5.6km), 의사당에서 3분(1.1km)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 16만 m²의 넓은 대지에 함정과 잠수정 전투시스템의 설계 조립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해군시스템사령부를 비롯해 해군정보국, 해군법무관실, 해군역사센터, 해군박물관과 해군참모총장 숙소 등이 들어서 있으며 1만8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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