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선물의 제왕’ 상품권… 年7조 팔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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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며 몸집 불리는 ‘상품권의 경제학’

1980년대 후반 서울 세종로 사거리의 금강제화 매장. 추석 연후 직후 다시 문을 연 상점 안은 순식간에 고객들로 가득 찼다. 계속 사람이 들어오자 어느 순간 매장은 문자 그대로 터져 나갈 정도가 됐다. 얼마 후 인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매장 전면 유리창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설, 추석 등 명절과 연말연시는 상품권 판매의 최고 대목이다. 상품권은 최근 실시된 여러 설문조사에서 명절 때 받고 싶은 선물 1순위로 꼽혔다. 업계가 추산하는 상품권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7조1000억 원에 이른다.

꾸준히 명절 선물용으로 사랑을 받아온 상품권. 그렇지만 인기 상품권은 세월에 따라 바뀌어 왔다. 1990년대 중반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구두상품권에 이어 최근에는 사용이 편한 백화점상품권이 상품권 업계의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 구두상품권의 흥망성쇠

오랫동안 구두상품권은 상품권 업계의 강자였다. 1976년 처음 등장한 구두상품권은 도입 초기엔 물품교환권 형태였다. 살림살이가 어렵던 시절 구두는 귀한 선물로 통했다. 구두는 개인별 치수가 중요한 상품이다. 따라서 선물 받는 사람이 직접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교환권’을 발행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빗발치자 제화업계가 구두상품권을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끌던 구두상품권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쇠락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경영난에 빠진 주요 구두 업체들의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2011년 엘칸토를 인수한 이랜드는 “상품권 할인율이 너무 높아 정가 개념이 흐려진 것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랜드는 곧 상품권 발행을 중단했다.

현재 구두상품권은 업계 1위인 금강제화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상품권으로 살 수 있는 제품군이 다양하고, 명절 때 직원들에게 구두를 선물하는 단골 기업고객들이 많은 덕이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올해는 ‘불황에도 열심히 뛰라’는 뜻으로 직원용 구두상품권을 대량 구매하는 기업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 백화점상품권의 진화


백화점상품권은 국내 백화점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국내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 개점 시기인 1930년 10월 처음으로 백화점상품권이 등장했다.

백화점상품권 사용이 본격화된 것은 5·16군사정변 이후인 1961년부터였다. 군사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소비촉진책을 폈다. 당시엔 물품교환권이 주를 이뤘는데, 특히 품귀 현상을 빚었던 설탕과 조미료 선물세트 교환권의 인기가 높았다. 사용 가능 금액을 써 넣은 상품권도 있었지만 정부가 인플레이션 부작용 우려로 발행을 전면 금지한 1975년 말부터 자취를 감췄다. 금액권 형태의 상품권은 상품권법 개정안이 발효된 1994년 다시 등장했다.

현재 백화점상품권은 상품권 시장의 최강자로 통한다. 거의 현금에 가깝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은 1994년 982억 원에서 지난해 3조8500억 원으로 40배 가까이 늘었다. 올 추석을 앞둔 2∼16일, 롯데상품권은 지난해 추석 전 대비 12%, 현대상품권은 17.2%가량 매출이 늘면서 일반 상품의 매출 증가세를 추월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이 보급되면 백화점상품권 시장은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진·권기범 기자 bright@donga.com
#명절선물#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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