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고려인 후손들 “꿈에 그리던 조국서 추석 맞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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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산구에 3, 4세대 1000여명 정착
19일 광주새날학교서 추석맞이 축제

고려인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두만강 북방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을 가리킨다.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족과는 문화와 이주 배경이 약간 다르다. 고려인 3, 4세대 후손들은 2001년부터 한두 명씩 광주 광산구에 생활 터전을 잡았다. 2004년부터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 1000여 명이 정착촌을 이뤘다.

고려인 상당수는 ‘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느끼며 고국에 정착하고 싶어 한다. 광주 광산구 고려인들은 올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추석을 맞는다. 고려인들은 19일 다문화 대안학교인 광주새날학교에서 추석맞이 축제를 연다. 행사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 가족 1000여 명이 각종 의상을 입고 공연을 펼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친목을 다진다. 고려인 어린이집 공연단과 고려인 지역아동센터 무용단이 특별공연도 선보인다. 그동안 다른 다문화가정과 추석맞이 축제를 함께 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고려인 축제를 갖는 것이다.

신조야 고려인센터장은 “마을이 조성된 뒤 매주 평균 10가정이 정착을 위해 찾아올 정도”라며 “축제를 통해 화목한 마을을 조성하고 협동을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인들은 2009년 공동체 공간인 고려인센터를 설립하고 2012년 어린이집, 올해 3월에는 협동조합, 7월에는 지역아동센터를 여는 등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광주시의회는 전국 처음으로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해 조기 정착을 돕고 있다. 고려인 지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주민통합지원센터도 운영하도록 했다.

고려인들이 정착 생활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건 한국말을 못하는 것이다. 옛 소련이 한국말을 하는 것을 막아 고려인 3, 4세대는 모국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다. 홍인화 광주시의원은 “고려인 마을이 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자리 잡고 나라가 없어 유랑생활을 해야만 했던 역사의 아픔을 알리는 공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고려인#광주 광산구#다문화 대안학교인 광주새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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