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임창용’…38세 ML 루키의 기적같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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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3일 07시 00분


임창용. 사진제공|시카고 컵스 홍보팀
임창용. 사진제공|시카고 컵스 홍보팀
2005년 토미존서저리…
모두 임창용은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야쿠르트 입단
160km 뱀직구로 최고가 됐다
작년 두 번째 수술 감행 후 ML 도전
싱글A→더블A→트리플A→메이저리그
컵스 역사상 두 번째 최고령 루키
그의 도전은 드라마다


영화 ‘루키’는 교사를 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짐 모리스의 실화를 담았다.

198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밀워키의 지명을 받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투수였던 모리스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어깨 부상을 당해 1989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고향인 텍사스 서부 지역의 빅 레이크 고교에서 화학교사 겸 야구부 코치로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직접 투구시범을 보여주던 모리스는 깜짝 놀랐다. 20대 현역 시절보다 빠른 공을 던진 것.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선생님에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라”고 부추겼다. 모리스는 “너희들이 지역예선을 통과한다면 나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빅 레이크 고교는 만년 하위팀의 대명사. 무모한 약속에 가까웠다. 학생들도, 모리스도 처음에는 이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믿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선생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도전했고, 기적처럼 결승리그에 진출했다. 이번에는 모리스의 차례. 세 자녀를 둔 모리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제자들과의 약속 때문에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고, 결국 1999년 35세의 나이에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마운드를 밟는 기적을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을 활약하다 은퇴했지만 모리스의 삶 자체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한국의 야구선수 한 명이 모리스 못지않은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영화 같은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리스보다 두 살이나 많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루키가 된 ‘미스터 제로’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이다.

임창용은 5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을 앞두고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2002년 삼성 시절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빅리그의 문을 두드리다 실패한 뒤 11년 만에 꿈을 실현했다. 1976년생으로 우리나이 38세. 역대 14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최고령 한국인 빅리거라는 새 역사를 썼다.

메이저리그 경력으로는 팀 내 막내지만, 그는 현재 컵스 40인 로스터 중 최고령 선수로 등록돼 있다. 만 37세 3개월 4일에 빅리그에 데뷔해 1901년 이후 컵스 역사상 2번째 최고령 루키라는 진기록도 만들었다.

200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을 때 모두가 “임창용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07년 12월 야쿠르트와 외국인선수 최저연봉에 계약하며 도전에 나섰다. 그는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일본프로야구 정상급 마무리투수가 됐다. 2012년 2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다들 “그 나이에 웬 수술이냐”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번에는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올 시즌 루키리그부터 시작해 싱글A∼더블A∼트리플A를 초고속으로 거치더니 마침내 꿈의 무대에 우뚝 서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젊은 선수의 출현은 신선함을 선물하지만, 노장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모리스와 임창용은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이를 핑계 삼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에, 그들은 꿈을 이뤘는지 모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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