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누적되면 암 유발… ‘보이지 않는 위협’이 불안 부채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 방사능 오염수 유출 ‘후쿠시마 괴담’이 떠도는 이유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온 ‘방사능 오염수’로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 가장 가까운 이웃인 우리나라 국민의 불안감은 심각하다. 인터넷에는 ‘후쿠시마 괴담’이 떠돌고, 방사성물질에 오염됐을까 걱정한 나머지 아예 생선을 먹지 않는 이도 늘고 있어, 추석 대목인데도 수산물 시장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방사선은 X선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처럼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지각 내부에 존재하는 토륨같이 자연 방사선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방사능이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피폭선량 단위가 밀리시버트(mSv)인데, 우리나라 사람은 연간 평균 3mSv 정도의 자연 방사선에 노출된다. 전 세계 평균 자연 방사선량은 2.4mSv 수준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방사성물질 대부분이 ‘발암 물질’이기 때문이다. 방사성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체내에 누적되면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임신부가 방사성물질을 섭취할 경우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확률도 높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노출된 일본인들 사이에서 백혈병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고, 1980년대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주변 지역에선 방사성 요오드에 오염된 우유를 마신 어린이들이 집단으로 소아갑상샘암에 걸리기도 했다.

실제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방사성물질에 노출된 생선을 잘못 먹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주부 이재남 씨(58)는 “수백 t의 방사능 오염수가 매일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후부터 생선을 아예 먹지 않고 있다”며 “바닷물에 섞여 희석된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양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면 우리나라 바다도 오염되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의 불안감 때문에 정부는 유통되는 식품들에 대한 방사능 허용 기준을 마련해 관리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방사성 세슘은 370Bq(베크렐)을, 방사성 요오드는 kg당 100Bq(일부 식품은 300Bq)을 넘어선 안 된다. 지난해 4월부터는 일본산 식품에 한해 방사성 세슘 기준을 100Bq로 강화한 상태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상당량의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물론 학계에서도 방사능 오염수 유출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1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섞인 지하수가 매일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서둘러 470억 엔을 투입해 유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되지 않는 트리튬은 희석시켜 그대로 방류하겠다고 해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 정부가 밝힌 해결책도 준비 기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염수 유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