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중국산 고춧가루도 가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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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베트남산 섞어 3억 챙겨

“중국산 고춧가루가 짝퉁이었다고요?”

10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인근 1층 상가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30평쯤 되는 공장에는 분쇄기와 건조기가 굉음을 내며 고춧가루를 빻고 있었다. 창고에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들여온 고춧가루 포대(30kg) 10개가 있었다.

이곳 사장 정모 씨(62)는 아들(32)과 함께 3년 넘게 가짜 중국산 고춧가루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켰다. 고춧가루 수요가 줄고 원가가 오르자 고민 끝에 중국산 건고추에 값싼 베트남산 건고추를 섞은 것. 베트남산 건고추가 중국산에 비해 kg당 1200원 정도 싸기 때문이었다. 서울과 경기 지역 도매상 16곳에 중국산 고춧가루인 것처럼 속여 kg당 8000원에 팔았다. 이렇게 챙긴 돈만 3억 원(36만3000kg).

이들은 원가를 더 줄이려고 아예 중국산 건고추 대신 값싼 마늘 소금 양파가 혼합된 양념을 베트남산 건고추와 섞었다. 3년 동안 유통시킨 가짜 중국산 고춧가루만 94만여 kg 13억 원에 이른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11일 원산지를 속인 혼합 고춧가루를 만들어 판 혐의로 가공업체 대표 정 씨 부자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국산으로 원산지를 바꿔 팔 수도 있었을 텐데 그나마 실낱같은 양심은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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