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두 번 실수 없다던 독수리, 황새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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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2일 07시 00분


비장한 표정의 독수리와 황새. 11일 열린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에 앞서 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포항 황선홍 감독이 악수를 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트위터@seven7sola
비장한 표정의 독수리와 황새. 11일 열린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에 앞서 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포항 황선홍 감독이 악수를 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트위터@seven7sola
■ 약속 지킨 최용수감독

6개월전 이기고 있는 상황서 선수교체 실수
골 터지자 MF 강화…포항전 2-0 승리 지켜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6개월 묵은 응어리를 풀었다. 서울이 선두 포항 스틸러스를 무너뜨리며 선두 싸움에 본격 가세했다. 서울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8라운드에서 몰리나와 고명진의 연속 골에 힘입어 포항을 2-0으로 꺾었다. 서울은 무패 기록을 12경기(9승3무)로 늘렸고, 포항과 최근 홈 상대전적에서도 9승2무의 압도적인 우세를 이어갔다. 몰리나는 시즌 7호골(13도움)로 4년 연속 20개 공격포인트 달성 기록을 세웠다.

● 6개월 전 한 풀다

최 감독은 올 3월2일 열린 포항과 홈 개막전이 늘 한이었다. 서울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2분, 에스쿠데로의 오른발 슛으로 리드를 잡았다. 이후에도 공격을 주도했다. 후반 중반 이후 최 감독에게는 계속 공격이냐 수비 강화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 한태유를 교체 투입하면 중원을 강화하면서 한층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과감하게 전자를 택했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서울이 완전히 분위기를 탄 상태라 언제든 추가골이 가능해보였다. 홈 팬들에게 약속대로 시원한 공격축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경기는 이상하게 꼬였다. 서울은 종료 7분 전 이명주에게 통한의 중거리 포 한 방을 얻어맞고 2-2로 비겼다. 무승부였지만 서울은 패배 이상의 후유증을 앓았다.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에 전반기 내내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적장인 포항 황선홍 감독조차 “그 때 당연히 최 감독이 한태유를 투입할 줄 알았다. 순간의 결정이 승부를 바꾼다. 그래서 감독이 참 힘든 직업이다”고 위로를 건넬 정도였다.

두 팀은 나란히 그룹A(1∼7위)에 올라 이날 다시 진검승부를 펼쳤다. 거짓말처럼 6개월 전 흐름이 그대로 재현됐다.

포항은 안정적으로 나섰다. 최전방공격수까지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수비를 두껍게 섰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쥐고도 좀처럼 포항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23분 고요한이 번뜩였다. 상대 오른쪽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낮고 빠른 크로스를 내줬고, 몰리나가 넘어지며 골로 연결했다. 최 감독은 국가대표에 소집됐다가 경기 전날인 10일 크로아티아전을 마치고 해산한 하대성, 고요한, 윤일록 3총사를 총출동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제대로 들어맞았다. 몰리나의 골이 터지자마자 최 감독은 지체 없이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한태유가 곧바로 투입됐다. 4-4-1-1에서 더욱 견고한 미드필드를 구축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바뀌었다.

다급해진 황 감독은 공격수 조찬호, 김은중을 연달아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이 쳐 놓은 그물에 뛰어든 격이 됐다. 서울은 침착하게 볼을 점유하면서 빠른 역습으로 포항을 괴롭혔다. 결국 후반 43분 고명진이 데얀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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