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상근]김훈 중위, 허원근 일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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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장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국방부를 1년 8개월간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김훈 중위 사망사건이다.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8월 22일)을 계기로 두 사건을 다시 떠올렸는데, 공교롭게도 이틀 뒤에 민홍철 의원(민주당)과 통화를 하게 됐다. 민 의원은 김훈 중위 사망사건 당시 육군본부의 고등검찰부장이었다.

김 중위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에 근무했다. 1998년 2월 지하 벙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육군 제1군단 헌병대(1998년 4월), 육군본부 고등검찰부(1998년 11월),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1999년 4월). 군 당국은 세 차례의 조사에서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허 일병은 1984년 4월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 중 M16 소총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자살로 처리했다. 이 사건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다가 김 중위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면서 이목을 끌게 됐다.

유족은 조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 중위 사망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군 수사기관이 고의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1, 2심과 같았다. 허 일병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타살로 보인다고 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자살로 인정했다.

법원이 군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사건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인에 대한 결론과 별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김 중위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지적했다. 사인에 대한 알 권리나 명예감정 등 유가족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며 위자료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근거다.

허 일병 사건의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은 “군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로 장기간 의문사로 남게 한 책임을 물어 허 일병의 부모에게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판결 모두 군내 사망사건 조사에서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오모 중위 사망사건 조사(2007년 5월)는 모범적 사례라 할 만하다. 수사관이 유족과 함께 현지를 찾았고, 부검을 포함한 조사 과정에서 유족이 추천한 의사를 참여시켰다. 사인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던 이유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전체 군부대의 주요 우울장애 유병률은 4.6%이고, 자살을 생각하는 군인은 전체의 9.3%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조사(2011년)에서 나타난 일반 남성의 우울증 유병률(1.8%)보다 2.5배 가까이로 높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군내 우울장애 유병률을 낮추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 개입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구체적인 체계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민홍철 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핵심은 병사 개인에 대한 인권존중의 병영문화 조성이라고 봅니다. 엄격한 군율과는 상충되는 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만큼 가정적이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병영문화를 정착해 나갈 것인가에 해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의원은 젊은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생명의 문제에 여야가 다를 수 없다. 군 당국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
#김훈#허원근#자살#초동수사#병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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