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검색창 자동완성 문장으로 꾸민‘구글 詩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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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 전시관서 ‘타이포잔치’… 현대인의 비밀-두려움-희망 엿보여

구글 시 ‘what if(만약에)’. 구글 검색창에 ‘what if’ 를 넣으면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완성되는 구절을 모은 작품이다. 라이사 오마헤이모, 삼프사 누오티오 제공
구글 시 ‘what if(만약에)’. 구글 검색창에 ‘what if’ 를 넣으면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완성되는 구절을 모은 작품이다. 라이사 오마헤이모, 삼프사 누오티오 제공
‘난 가끔 원한다 달아나길/난 가끔 원한다 소년이 되길/난 가끔 원한다 사람을 죽이길/난 가끔 원한다 포기하길’

시 같긴 한데 누가 쓴 시인지 말하기가 난감하다. 구글 검색창에 ‘가끔 난 원한다(sometimes I want to)’를 쳐 넣으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문장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디자이너인 라이사 오마헤이모와 삼프사 누오티오의 ‘구글 시학(Google poetics)’이 서울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 중인 서체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2013’에 전시돼 눈길을 끈다. 구글 시학은 구글의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을 이용한 작품으로 작가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구글 시’를 수집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들은 “개방적인 서구 사회에도 금지된 질문들은 여전히 있고,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부닥칠 때 집에 틀어박혀 구글에 호소한다”며 “구글의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은 전 세계 구글 사용자들이 과거에 입력한 검색어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현대인의 두려움과 편견, 비밀과 희망을 드러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시 ‘왜 우린 할 수 없나(why can't we just)’에서도 현대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왜 우린 되감기할 수 없나/왜 우린 돈을 더 벌 수 없나/왜 우린 돈을 찍어 낼 수 없나/왜 우린 잘 지낼 수 없나’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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