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초고령화하는 한국… 미국-캐나다 사례로 본 고령화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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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예방에 초점 맞춘 건보… 加, 세제혜택 통해 연금가입 유도

《 이달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과 인접한 버지니아 주 알링턴카운티 보건소를 찾은 스티븐 래비너 씨(61). 지난해 퇴직한 래비너 씨는 3, 4개월에 한 번씩 이곳을 찾아 검진을 받는다. 병원이 아닌 보건소를 찾는 이유는 진료비와 약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재활치료사로 일했지만 퇴직을 하고 나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주로 계약직으로 일하다 보니 퇴직연금을 제대로 쌓지 못했다. 개인연금에 가입할 여유도 없었다. 지금 래비너 씨가 가장 바라는 것은 다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래비너 씨가 극빈층은 아니다. 》

미국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여러 시설에서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의 은퇴 연구 전문가들은 “노인 일자리가 
늘면 젊은층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됐다”며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는 다양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DB
미국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여러 시설에서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의 은퇴 연구 전문가들은 “노인 일자리가 늘면 젊은층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됐다”며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는 다양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DB
워싱턴에서 만난 국제고령화연구소의 리처드 잭슨 박사는 “미국의 은퇴자 중 절반만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미국보다 10년 먼저 ‘초고령사회’

한국은 미국보다 고령화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은 2026년이면 노인(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미국보다는 10년 먼저 ‘늙은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준비는 허술하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40% 이하로 50∼70%인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 이를 보완할 사적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미국의 절반인 20%에 불과하다. 보험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안정적인 ‘퇴직 후 소득’을 확보한 은퇴자 또는 은퇴 예정자는 3명 중 1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다 사정이 낫지만 고령화 준비에 골몰하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나라들은 세제 혜택을 통해 국민이 보다 많은 연금을 쌓도록 유도하고 있다. 퇴직 후 소득을 준비하는 인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프랭크 스웨드러브 캐나다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캐나다에서는 소규모 보험회사들이 연합하거나 큰 회사와 공동으로 연금상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을 굴리는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을 높여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그 결과 저소득층의 연금 가입이 수월해진다.

○ 노인 일자리 확대, 예방 진료 필요

래비너 씨가 찾은 보건소에서는 비정기적으로 퇴직한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이들을 돌볼 업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노인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잭슨 박사는 “노인과 청년이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는 우려가 한국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노인 인구 증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노인의 경험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의미다.

시그나그룹을 비롯한 다수의 미국 보험사는 예방 진료에 초점을 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라는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 중이다. 꾸준한 상담과 검사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기본 건강보험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환자 정보 유출’과 ‘의료 민영화’ 등의 논란으로 진척이 더디다.

그레고리 앨런 시그나그룹 건강서비스 부문 사장은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했고 예방 진료가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토론토=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초고령사회#고령화#연금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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