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반값TV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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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40인치 40만원… 이마트, 32-42인치 이어 24인치도 판매

유통업체의 ‘반값 TV’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손을 잡고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내놓는 반값 TV의 크기가 대형화되고, 성능도 개선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유명 전자업체들도 이에 대항해 가격을 내린 보급형 제품군을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는 11일까지 서울역, 송파 등 전국 95개 점포에서 인켈과 제휴해 생산한 40인치 풀HD 발광다이오드(LED) TV 1500대를 한정 판매한다고 9일 밝혔다.

가격은 40만 원으로 비슷한 사양의 유명 전자업체 제품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 유명 브랜드의 32인치 일반 HD LED TV와 비교해도 3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TV시장에 진출한 인켈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준비한 물량이 판매되는 상황을 봐서 2차 물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롯데마트가 2011년부터 선보였던 ‘통 큰 TV’는 LCD TV 1만 대가 6개월 만에 완판되고, LED TV 2000대는 판매 당일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11년에 이마트가 처음 저가 LED TV를 내놓으며 시작된 ‘반값 TV’는 최근 사이즈, 사양 등의 면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당시 이마트는 32인치 LED TV를 파격적인 가격인 49만9000원에 내놔 사흘 만에 5000대를 모두 팔아 화제가 됐다. 이후 온라인마켓, 홈쇼핑뿐 아니라 백화점들도 자체 기획한 반값 TV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중소기업 브릴리언츠와 제휴해 반값 스마트 TV 총 2000대를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현재 이마트는 삼보와 제휴를 맺고 반값 TV를 상시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림뷰 TV 32인치, 42인치 외에 소비자들의 수요 다변화를 반영해 24인치형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반값 TV의 지속적 인기는 당초 전자업계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 서비스 수준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상 반값 TV가 ‘반짝 인기’를 누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가구구조 변화 등으로 가전에서도 유통업체 주도의 자체 제조 상품(PB)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체 생산공장 없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저가 TV업체 비지오의 시장점유율이 삼성, LG를 위협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반값 TV의 인기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비슷한 크기, 기능의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30∼50% 이상 싸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마트의 ‘실질 소비량 측정 지수’(100 이상이면 소비 호전)는 97.1로 소비 위축세가 뚜렷했지만 반값 TV 지수는 164.3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세컨드 TV’를 선택하는 소비자와 1인 가구가 늘어난 점도 반값 TV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이병률 롯데마트 생활가전 상품기획자(MD)는 “거실의 메인 TV 외에 안방에 별도의 TV를 놓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혼자 사는 사람들은 실속형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 반값 TV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도 지난해부터 보급형 라인을 강화하며 고객 이탈을 막는 데 나서고 있다. 삼성은 ‘국민 TV’라 불리는 보급형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부터 ‘알짜TV’로 보급형 TV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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