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칭 소장 “세상이 놀랄 성과는 기초과학서 나와… 이공계 위기? 과학자가 대중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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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물리학상 獨 클리칭 소장-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대담

클라우스 폰 클리칭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물리연구소장(오른쪽)이 4일 오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찾아 신성철 총장과 한국의 기초과학 발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구=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클라우스 폰 클리칭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물리연구소장(오른쪽)이 4일 오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찾아 신성철 총장과 한국의 기초과학 발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구=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한국은 좀 더 과학자를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2, 3년 만에 성과를 바라지 말고 1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클라우스 폰 클리칭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물리연구소장은 한국 정부에 대해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과학자들이 해마다 연구 진행상황을 평가받으면서 많은 서류를 요구받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클리칭 소장은 원자 속 소립자의 이동 원리인 ‘양자홀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198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4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클리칭 소장은 강연에 앞서 DGIST 총장 접견실에서 신성철 총장과 만나 대담을 나눴다.

신 총장이 “한국은 기초과학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고 아직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클리칭 소장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나도 20여 명의 과학자를 이끌고 있고 해마다 연구비를 받지만 (한국처럼) 매년 평가를 받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 총장이 “한국의 창조경제 정책에 기초과학이 기여할 수는 없겠느냐”고 묻자 클리칭 소장은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성과는 기초과학에서 나오지만 응용과학이 튼튼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적합한 기초과학 분야를 짚어 달라고 하자 그는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는 만큼 그래핀(휘어지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신소재) 분야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고성능 전기장치를 만들 수 있는 상온 초전도 기술도 한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공계 위기 현상에 대해선 “과학자들이 먼저 대중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 독일도 같은 현상을 겪었다”며 “대중 강연회를 자주 열고, 고교생을 일주일간 체험 연구원으로 뽑는 등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지금은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대구=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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