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치에 재뿌릴라… 日 ‘치부’ 감추기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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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방사능 오염수 심의 연기
극우단체는 혐한시위 두달째 자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의 집무실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104명의 얼굴 사진이 대륙별로 붙어 있다. 그는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2020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 투표 때 IOC 위원들이 도쿄(東京)에 한 표를 던지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도쿄 도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올림픽 유치단이 지난달 31일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출발했다. 4년 전 유치단은 약 60명으로 꾸려졌지만 이번에는 배로 늘어난 100여 명 규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투표 때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이 2020년 여름 올림픽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제 침체와 동일본 대지진, 원전 사고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시킬 카드이기 때문.

도쿄,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 등 3개 도시가 경합하는 가운데 도쿄와 마드리드가 결선 투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 이스탄불을 지지했던 중동 표가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4∼29일 아베 총리가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를 방문한 것도 ‘스포츠 외교’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일본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치부를 최대한 감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일본 국회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에 대한 국회 심의를 IOC 총회가 끝난 뒤인 9월 중순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원전 용지 내 오염수 저장탱크 근처 4곳에서 새롭게 시간당 70∼1800mSv(밀리시버트)의 높은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도쿄전력이 지난달 31일 밝혔지만 일본 언론은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1800mSv에 1시간 노출되면 사망할 가능성이 50%에 이른다.

지난해 여름 이후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수시로 벌어지던 극우단체의 혐한 데모도 6월 30일을 끝으로 더는 열리지 않고 있다. “조선인을 죽여라” “조선 여자를 강간하라”는 구호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 올림픽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유치 결정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7, 8월 자제했던 혐한 시위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 일본이 개최지 선정에서 떨어지면 시위가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본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선거와 투표를 비롯한 모든 ‘승부’에서 이기는 셈이다. 과도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경화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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