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맥스 부사장 “회사 경영이 성악보다 힘드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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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출신 2세 경영자’ 변우석 코맥스 부사장

코맥스 변봉덕 회장(오른쪽)과 아들 변우석 부사장이 사옥 1층 홍보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성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코맥스 변봉덕 회장(오른쪽)과 아들 변우석 부사장이 사옥 1층 홍보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성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회사를 경영하는 게 성악보다 더 힘드네요. 성악은 저만 잘하면 됐는데 회사는 직원과 거래 업체까지 함께 성장해야 하니까요.”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보안·네트워크 업체 코맥스. 이 회사 변우석 부사장(42)은 성악가 출신 2세 경영자다. 탄탄하고 굵직한 몸은 유럽에서 제법 잘나가는 테너 출신다웠다. 그는 “7년째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요즘도 회장실에 불려가 자주 꾸중을 듣는다”고 말했다. 아버지 변봉덕 회장(73)은 보안·네트워크 분야에서 연 매출 850억 원의 중견 상장기업을 일군 자수성가형 경영자다. 그에게 변 부사장은 어떤 경영자로 보일까.

변 부사장은 서울대 성악과,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음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밀라노 라스칼라 오페라극장’ 정단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성악가 생활을 마감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1남 2녀 중 장남인 그에게 아버지가 던진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네가 물려받지 않으면 회사를 정리하겠다.”

성악에 미련은 없을까. 변 부사장은 “성악가로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타국에서 느꼈던 동양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도 인생을 바꾸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할 때 “너를 대신할 사람은 많다”는 얘기를 들으며 은근한 차별을 느꼈다. 공연에서 한 번만 실수하면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긴장 속에 살았다.

하지만 아버지 변 회장은 사업차 이탈리아를 찾을 때마다 현지 거래처 대표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변 부사장은 “아버지는 초인종, 전화교환기로 사업을 시작해 종합 보안·네트워크 기업으로 회사를 키우셨다”며 “회사를 일궈 차별을 극복한 아버지를 보면서 경영자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경영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알게 됐다. 가장 부담스러운 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증여세였다. 그는 “아버지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려면 몇 년 치 회사 수익을 증여세로 내야 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그는 “2세 경영인들은 부모의 재산과 함께 직원 수백 명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의무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사회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코맥스#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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