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불황터널 해운 - 조선업 “빛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 벌크선 용선료 급등… 바닥 찍었나

14일 오후 부산 신항 한진해운 전용 터미널.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트럭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69만 m²(약 21만 평) 규모인 부두에 들어서자 4만여 개의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왔다. 촘촘히 쌓인 모습은 마치 잘 만들어진 ‘요새’를 연상시켰다. 항만으로 고개를 돌리자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거나 선박에 있던 컨테이너를 내리는 크레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전용 터미널에서 2011년에는 216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 지난해에는 243만 TEU를 처리했는데 올해는 250만 TEU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 회복 신호탄인가

업계 3, 4위였던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이 좌초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해운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4분기(10∼12월)부터 벌크선 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훈풍은 미래 시점에 하루 동안 배를 빌리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가늠할 수 있는 선물운임(FFA)에서 엿볼 수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루 1만3000∼1만4000달러대인 케이프사이즈급(화물 적재량 18만 t급) 벌크선 FFA의 9월 예약 시세는 하루 1만8000∼1만9000달러대로 뛰었다. 4분기 평균 거래 시세는 2만750달러다. 이와 함께 실제 거래가 체결된 하루 평균 용선 비용도 지난달 1만325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718달러) 대비 131% 상승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브라질과 호주 등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철광석 물량이 늘면서 벌크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FFA와 현물 시장 모두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하반기(7∼12월)에는 교역 여건이 점차 개선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임 인상과 성수기 할증료 부과도 실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해운업계는 전통적 성수기인 3, 4분기를 맞아 운임을 인상하고 있다. 세계 해운사가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컨테이너 운임을 올리고 있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 세계 2위인 스위스 MSC도 최근 운임을 올렸다.

○ 조선 경기도 회복세

조선업은 회복세가 더욱 뚜렷하다. 국제 해운·조선시장 분석기관인 클락슨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1∼7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910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822척) 약 11% 늘었다. 표준화물선 환산톤(CGT)을 기준으로 하면 1431만 CGT에서 2105만 CGT로 47%가량 증가했다.

국내 조선업체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1∼7월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량은 216척(748만CG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척, 498만 CGT)보다 42.1%(CGT 기준 50.2%) 늘었다.

선박 가격도 올랐다. 4800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1척당 가격이 6월 말 4600만 달러에서 이달 초 4750만 달러로 높아졌다. 선박 가격은 선박 제작 능력 이상으로 발주가 몰릴 때 오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선박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해운회사들이 발주 물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운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있는 데다 변수가 많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재무부와 국가세무총국이 국제수송 운임에 이례적으로 6%대의 증치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를 부과하는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정부가 영구채 발행 지원과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장관석 기자·강홍구 기자 jks@donga.com
#해운타운#조선업#벌크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