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프리즘] 롯데 관중감소와 프로야구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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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7일 07시 00분


프로야구의 인기는 정점을 찍은 것일까. 더 이상 관중이 늘지 않는다. 시즌 초반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전의 한 장면. 텅 비어있는 관중석이 유독 눈에 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의 인기는 정점을 찍은 것일까. 더 이상 관중이 늘지 않는다. 시즌 초반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전의 한 장면. 텅 비어있는 관중석이 유독 눈에 띈다. 스포츠동아DB
# 롯데 자이언츠의 2013시즌을 두고 전문가와 팬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나 해설가 등 전문가 집단은 “이 전력으로 승률 5할 이상에 4강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선전”이라고 평합니다. 내색은 잘 안하지만,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롯데 코칭스태프 역시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코치는 “우리 팀에 오승환(삼성) 같은 마무리만 있었다면 어쩌면 1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성배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숱하게 블론세이브 상황을 만들 정도로 접전을 많이 펼쳤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정작 롯데의 사직구장 시즌 관중은 100만명에도 못 미칠 판입니다. 애증을 떠나 무관심 단계에 접어든 듯합니다. 암흑기의 원조인 ‘8888577’시절에도 로열티를 잃지 않고 ‘고난의 행군’을 함께 했던 롯데 팬들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로이스터 이후 화끈함이 사라진 롯데 야구는 부산 팬들과 기질적으로 맞지 않다.’ 실제 롯데의 관중 감소는 양승호 전 감독이 이끌던 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됐지요. 양 전 감독은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 승률을 올린 사령탑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밖에 ‘이대호(오릭스), 김주찬(KIA), 홍성흔(두산) 등 스타 선수들을 거듭 놓치면서 볼거리가 없어졌다’, ‘NC 때문에 팬이 분산됐다’, ‘TV 중계와 날씨 탓에 야구장에 올 메리트가 사라졌다’ 등의 이야기도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신 팬이, 시카고 컵스 팬이 날씨가 덥다고, 스타 선수가 빠졌다고 외면하나요? 개중에는 롯데가 안 잡으려 한 것도 아닌데 돈을 좇아 떠난 선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현 시점에서 롯데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김주찬, 홍성흔을 떠나보낸 것을 패착이라고 보기는 더욱 힘듭니다.

# 마케팅 이론의 대가 필립 코틀러 교수는 저서 ‘갈대 같은 팬’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해서 팬들과 견고한 유대관계를 가져가느냐에 구단의 명운이 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롯데가 한국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이라지만, 경쟁상대는 NC만이 아닙니다. 다른 종목, 다른 분야에서 끊임없이 롯데 팬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합니다. 이제 ‘부산은 앉아 있기만 해도 관중이 알아서 들어오는’ 황금시장이 아닌 시대가 왔습니다. NC 때문에 잃은 팬이 있다면 롯데가 팬들과의 유대감을 쌓는 데 오류가 있었다는 통렬한 증거가 됩니다. 롯데가 부산·경남 지역에서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왔는지를 들여다볼 때가 온 것입니다. 롯데의 새 브랜드 이미지는 결국 과거 이미지와의 결별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PS. 쓰다보니 롯데만 위기가 아니네요. 얼핏 대한민국이 ‘야구공화국’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프로야구는 관중이 감소추세로 들어갔습니다. 정점을 찍었다는 얘기지요. 이제 프로야구계 전체가 어떻게 팬들의 로열티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가 왔습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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