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프로축구구단 강원FC 임은주 대표·동물매개치료 사단법인 ‘꿈빛소금’의 성기창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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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좀처럼 가지 않은 길에 기꺼이 도전해 ‘나의 길’로 만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프로축구구단 강원FC 임은주 대표(47)와 동물매개치료 사단법인 ‘꿈빛소금’의 성기창 대표(53)가 그 주인공.

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프로축구구단을 이끄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성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로 동물매개치료 사단법인을 만든 동물매개치료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 번도 ‘최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임은주 강원FC 대표


박소연 양(왼쪽)과 김동현 군(오른쪽)은 최근 강원 강릉시 강원FC 구단 사무실에서 임은주 강원FC 대표(가운데)를 만났다.
박소연 양(왼쪽)과 김동현 군(오른쪽)은 최근 강원 강릉시 강원FC 구단 사무실에서 임은주 강원FC 대표(가운데)를 만났다.
임은주 강원FC 대표에겐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최초’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 △한국인 ‘최초’ 여성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 △우리나라 프로축구 ‘최초’ 여성 전임 심판 △세계 ‘최초’의 FIFA 주관 남자 국제대회의 여성 주심 △아시아 여성 ‘최초’ FIFA 심판 강사 등….

5월에는 국내 ‘최초’로 프로축구구단의 여성 대표가 됐다. 임 대표는 어떤 비결이 있었기에 프로축구구단의 대표가 될 수 있었을까. 김동현 군(강원 강릉교동초등학교 6학년)과 박소연 양(강원 중앙초등학교 5학년)이 최근 강원 강릉시 강원FC 구단 사무실에서 임 대표를 만났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라

프로축구구단 대표직은 단순히 구단의 ‘주인’이라기보다는 전문 ‘경영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다. 선수와 고객 관리, 마케팅과 홍보, 직원 인사 등 구단을 원활히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책임지는 만능 ‘일꾼’이다. 임 대표는 “구단 후원자들을 설득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일, 구단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축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드는 일도 프로축구구단 대표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최초’가 될 수 있던 까닭은 무엇인가요.”

김 군의 질문에 임 대표는 “한 번도 ‘최초’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한 적은 없다”고 했다. 남들이 가는 길이나 정해 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싫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최초로 하는 일이 많아졌을 뿐이라는 것.

임 대표의 ‘진짜’ 도전은 구단 대표가 된 뒤 시작됐다. 관중 수와 경기 성적은 국내 구단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재정상태도 좋지 않은 구단의 상황을 빨리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그는 “도전은 힘들지만 힘든 만큼 보람이 따라온다. 남들은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하면서 성취감이 생기고, 그 성취감은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이길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

임 대표의 키는 172cm.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달리기를 잘했던 그는 초등학생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다. 중학생 때는 배구를, 고등학생과 대학생 때는 필드하키를, 대학원생 때는 축구를 했다. 임 대표는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거쳐 축구 심판, 심판 강사, 교수, 기업 대표 등을 했다. 축구현장부터 마케팅 감각까지 두루 갖출 수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축구팀 최고경영자가 되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내게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삶을 대하는 절박하고도 치열한 ‘태도’가 비결이라는 것.

임 대표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위원으로 아시아축구연맹 미팅에 참석했을 때의 일화는 그가 어떤 태도로 살아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시 임 대표는 여자 국제심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못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나는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을 따라가 여자심판 발전방안에 대한 발제문을 건넸다. 그 덕분에 AFC 회장과 사무총장 등 수많은 사람 앞에서 여자심판 발전방안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이 일을 계기로 임 대표는 AFC 회장의 주선으로 수많은 미팅에 참석해 한국축구의 현황과 비전을 발표할 수 있었다.

“임 대표님과 같은 리더로 성장하려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 양의 질문에 임 대표가 답했다.

“지금 반에서 10등을 하고 있다면 목표를 반 1등으로, 그다음에는 전교 1등으로 점점 목표를 높여가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꿈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임 대표)

■“동물과 교감하면 마음의 병도 사라져요”
성기창 동물매개치료사


동물매개치료 도우미견 ‘이백이’와 동물매개치료 사단법인인 ‘꿈빛소금’의 성기창 대표.
동물매개치료 도우미견 ‘이백이’와 동물매개치료 사단법인인 ‘꿈빛소금’의 성기창 대표.
동물매개치료사는 동물을 활용해 사람의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참전용사나 정서적으로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 교도소 수감자 등이 동물과 접촉하고 교감하면 정서 장애가 치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최근 국내에도 동물매개치료가 도입됐다.

성기창 동물매개치료 사단법인 ‘꿈빛소금’ 대표의 직업은 수의사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중 2007년부터 어린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동물매개치료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동물매개치료를 진행해 온 그는 일반 초등생을 대상으로도 동물매개치료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과 소통하며 자신감·사회성 회복

동물과 교감하며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자폐나 지적장애를 가졌거나 학교 및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치료사보다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없는 동물과 교감하고 소통하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효과적인 것. 치료에 투입되는 동물들도 별도의 치료도우미 훈련을 받는다.

성 대표는 “‘앉아’ ‘일어서’ ‘뛰어’라고 말하면 치료도우미 강아지가 앉거나 일어나거나 훌라후프를 뛰어넘기도 한다”라며 “학생들은 동물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많은 친구 앞에서 경험하는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말이 없기로 유명했던 울산의 한 초등 5학년 A군의 경우 한 달간의 동물매개치료수업을 통해 친구들 앞에서 강아지에게 큰 소리로 행동을 주문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고 말도 부쩍 늘었다는 게 성 대표의 설명.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었던 중학교 1학년 B 양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때만 해도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말도 어눌했지만 동물매개치료를 받은 뒤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5km 마라톤을 완주하는 한편 어눌했던 말투도 또박또박해졌다고 성 대표는 설명했다.

약자를 보호하는 인성 기를 수 있어


동물매개치료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치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폭력적이었던 학생들이 동물을 목욕시키고 산책시키는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작은 동물을 보호하려고 행동한다는 것. 아무리 폭력적인 성향의 학생이라도 강아지를 목욕시킬 때 물에 젖은 반려동물을 보면 애처롭고 앙증맞다는 느낌이 들고 혹시나 동물이 다칠까 봐 동물을 조심조심 다루게 된다. 목욕이 끝나면 털이 엉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빗질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힘 조절을 하게 된다.

“폭력 가해 경험이 있었던 학생도 동물을 모두 목욕시키고 나면 ‘동물도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데, 사람은 얼마나 더 소중한 존재일까. 친구를 괴롭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답니다.”(성 대표)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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