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길에 꾸린 새공동체서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 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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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만화 ‘영년’ 낸 박흥용 작가

19일 서울 수유동 작업실에서 만난 박흥용 만화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일 서울 수유동 작업실에서 만난 박흥용 만화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매년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 석전희(石戰戱·돌팔매 싸움)를 이웃마을과 벌여온 석전리.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에게 돌팔매를 가할 정도로 의리로 뭉친 마을 사람들도 6·25전쟁의 비극을 피해갈 순 없었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선택의 기로에서 마을은 무너지고, 이념이 아니라 생존을 택한 주민 70여 명은 일본군이 숨겨뒀다는 군량미를 찾아 떠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내 파란 세이버’의 만화가 박흥용 씨(54)가 신작 ‘영년(零年·김영사on)’으로 돌아왔다. 이번의 화두는 국가와 복지다.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세상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사람들이 새 세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피란길에 마을 사람이 꾸린 공동체에서 이상적인 국가 모습을 고민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그의 나라’에서 국가 간 전쟁 속에 개인이 누려야 할 삶의 공간이 짓밟히는 야만성을 고발한 바 있다. 이번엔 독자의 피부에 와 닿게 6·25전쟁 때 한 마을의 이야기로 응축했다. ‘0년’으로 제목을 단 이유도 국가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돌아가 고민해 보자는 것.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쌀을 나눌까 고민하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시험해 봅니다. 뒤처진 노약자를 두고 갈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복지 문제도 살펴볼 수 있어요. 새 정부 들어 국가, 복지가 이슈인데 적극적으로 만화에 녹여 독자들과 진득하게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뜻이 좋아도 만화는 읽혀야 한다.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비장의 무기는 돌팔매. 박 씨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이를 올 컬러 지면에 담았다. 역동적인 동작으로 던진 돌이 날아가 상대에게 묵직하게 꽂히는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총 5권으로 완간할 예정인데, 시종일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돌팔매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살려내겠다고 했다.

웹툰이 득세하는 세상, 단행본 만화로 자신 있는지 물었다. “스크롤을 내리는 웹툰과 달리 독자가 책장을 넘길 때 딱 눈에 꽂히는 그림과 장치를 담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맛은 따라올 수 없어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영년#박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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