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김무성 차기당권 핵으로… 靑 신뢰 이완구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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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 새누리당 권력지도 분석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가까이 되면서 여권의 권력구도가 틀을 잡아가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친이(親李) 친박(親朴) 간 계파 다툼으로 ‘두나라당’이라는 오명까지 썼던 새누리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는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있다. 누가 2013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정치권의 핵심 인물인지, 여권의 권력구도를 분석해 봤다. 한 달여간 의원 40여 명을 크로스체크했고, 친분관계는 당사자 간 확인을 거친 것이다. 》

요즘 새누리당 안팎의 관심사 중 하나는 당권주자들의 움직임이다. 김무성 이완구 김문수 정몽준 김태호 의원 등은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서히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여권의 권력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청와대가 누구를 지원하고 견제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핵심 친박그룹이 권력의 축

최경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친박그룹은 청와대와 교감하며 정국을 이끌어가는 권력구도의 축이다.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친박그룹은 비주류와 마찰 없이 비교적 원만하게 당 현안을 주도하고 있다. 아직 정부 초기여서 청와대의 영향력이 강한 데다 실세로 꼽히는 원내지도부가 몸을 낮추며 실무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잡음이 적은 이유로 꼽힌다.

인화를 중시하는 황우여 대표는 원내 업무를 거의 최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 채널로 청와대와 소통하며 현안을 조율한다. ‘관리형 대표’와 ‘실세 원내대표’라는 당 안팎의 평가 속에서도 두 사람이 주도권 다툼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여권의 권력구도가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현안의 실무는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총괄한다. 최 원내대표와 윤 수석부대표는 지난해 대선 캠프에서부터 한 몸처럼 움직이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을 기반으로 당의 전략을 짜는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큰 역할을 한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친박 핵심으로 꼽힌다. 사무총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안종범 이학재 의원 등도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핵심그룹으로 분류된다.

○ 차기 권력구도의 핵 김무성


김무성 의원(5선)은 친박 주류는 물론이고 비주류 의원들과도 폭넓게 교류하며 당에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중진이다. 18대 국회에서 탈박(脫朴)했을 당시 친이계 및 쇄신그룹과 긴밀히 교류한 게 결과적으로 그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권 도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권과 관련해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류 비주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하는 스타일이어서 ‘주류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이 박근혜 정부 성공을 일차적인 목표로 두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어 아직 계파를 형성하고 있지 않지만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세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은 그의 당권 가도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지휘했던 일등공신이지만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는 보스 기질이 강한 김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 당에 대한 통제권을 일부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와대가 주목하는 이완구

충청권에 확실한 지분을 갖고 있는 이완구 의원(3선)은 성장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수도권 지방선거가 불리한 구도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충청권에 승부를 걸게 된다면 그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 의원이 충청권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울 경우 당권 주자나 대권 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도 이 의원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문제에 뚝심 있게 대처한 것이 박 대통령이 신뢰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 의원이 박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가 두터운 데다 리더십과 추진력이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친박 핵심 그룹과의 교분도 넓혀가고 있다. 현재 10명 안팎의 충청권 의원들이 그를 따르고 있으며, 15·16대 국회의원 시절 친교를 쌓았던 중진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세가 약한 충청지역 의원이라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 비주류는 대안론에 희망

비주류 그룹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남경필 김태호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있지만 아직 정부 출범 초기여서 세력은 미약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주류가 흔들려야 그들에게 기회가 온다. 정부나 당의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각을 세우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김 지사는 3선 의원(15∼17대) 출신이면서도 당 의원들과의 친분 관계를 두텁게 형성하지 못했다는 평이 있다. 남, 김 의원과 오 전 시장, 나 전 의원 등은 세대교체론이 대세를 이룰 경우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과 관계가 멀어진 탈박그룹으로 분류된다. 유 의원의 경우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후 의견 차를 드러내면서 멀어졌다. 하지만 차세대 TK(대구·경북) 주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19대 국회 후반기에 강한 리더십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색깔 약하고 전문성 강한 초선그룹

18대 국회에는 뚜렷한 색깔로 존재감이 있었던 초선 의원이 많았지만 19대 초선은 전문성이 강한 대신 정치력과 결기는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청와대나 당 지도부를 향해 입바른 소리를 하는 초선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비례대표의 경우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전문가가 많아 실무형으로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정무감각을 겸비한 초선이 많지 않아 막상 일이 닥쳤을 때 돌격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원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새누리당#권력지도#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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