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트로피는 캐디인 아내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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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윈덤챔피언십 연장 우승… 존 허 공동3위

집에서는 아내,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 골프장에선 캐디의 말을 잘 들어야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있다. 18일(현지 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패트릭 리드(23·미국)도 그랬다. 그의 캐디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 저스틴(26). 리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CC(파70)에서 끝난 이 대회 4라운드를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마친 뒤 조던 스피스(미국)를 2차 연장에서 꺾고 아내와 PGA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고교 시절 골프 수영 축구선수로 뛴 저스틴은 간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캐디로 나섰다. 키가 남편보다 29cm나 작은 154cm인 저스틴은 섭씨 35도가 넘는 무더위에 30kg 가까운 골프백을 멜 때도 있지만 묵묵히 내조를 다했다. 조건부 시드권자여서 월요 예선부터 뛰어야 했던 리드는 저스틴이 가방을 메면서 일이 술술 풀려 올 시즌 풀시드를 따냈다. 리드는 “성격이 급했는데 저스틴 덕분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 풍향과 남은 거리를 잘 헤아리고 퍼팅 라인도 너무 잘 읽는다”며 웃었다.

우승 과정도 극적이었다. 10번홀(파4)에서 열린 2차 연장에서 리드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려 OB가 되는 듯했으나 겨우 1m 남짓 안쪽에 떨어졌다. 아내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공은 나뭇잎과 잔가지가 널려 있는 맨땅에 놓인 데다 발보다 높은 위치라 정상적인 스윙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나무에 가려 핀조차 보이지 않았다. 핀까지 167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을 야구방망이처럼 휘두르며 환상적인 드로샷을 구사해 홀 2.1m 지점에 떨어뜨린 뒤 버디를 낚았다. 리드는 “티샷 후 아내 얼굴을 보자 마음이 찢어졌지만 이후 내 생애 최고의 샷이 나왔다”고 기뻐했다. PGA투어에서 아내를 전담 캐디로 고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티브 스트리커(미국), 샌디 라일(영국), 스튜어트 애플비(호주)가 가끔 아내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존 허는 올 시즌 최고인 공동 3위(12언더파 268타)로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패트릭 리드#캐디#저스틴#PGA투어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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