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단거리 ‘팍스 자메이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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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선수권 남녀 100-200-400m 계주 싹쓸이… “당분간 적수 없다”

또 자메이카다. 카리브 해 북부 인구 280만 명의 작은 섬나라. 사탕수수와 커피 그리고 레게로 유명한 자메이카는 이제 ‘육상 단거리 강국’으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메이카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와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를 앞세워 100m, 200m, 400m 계주 등 남녀 단거리 6종목을 모두 휩쓸었다. 볼트는 18일 400m 계주에서 금메달로 3관왕에 오른 뒤 “자메이카는 앞으로도 세계 단거리를 계속 지배할 것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자메이카는 볼트를 앞세워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400m 계주(36초84)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부에선 미국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세운 100m(10초49)와 200m(21초34) 세계기록엔 밀리지만 프레이저프라이스가 최근 치고 올라와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자메이카가 미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원동력은 뭘까. 전문가들은 자연스럽게 육상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꼽았다. 자메이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657달러(세계 93위)에 불과할 정도로 가난하다.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둔 볼트는 “어렸을 때 집에 물이 없어 수 km를 뛰어 물을 길어 날랐다. 이런 과정을 몇 년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잘 뛰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남자 100m 우승자인 요한 블레이크는 “집이 도시와 멀어 친구가 거의 없었다. 염소와 양들과 뛰어놀았다. 육상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선수가 이렇게 육상에 입문한다.

육성 시스템도 좋다. 자메이카는 초등학교부터 나이에 맞게 세밀한 육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회마다 100m에 남녀 연령별로 수천 명이 출전할 정도로 저변이 넓다. 대회 출전 선수의 약 70%가 단거리에 몰릴 정도로 단거리는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엘리트 육성 시스템’도 세계 최고다. 4년제인 자메이카공대는 보통 공대와 달리 단거리 선수들을 육성하는 ‘단거리 사관학교’로 유명하다. 볼트를 비롯해 9초72의 남자 100m 세계기록을 세웠던 아사파 파월 등이 이 대학 출신이다.

국내 선수권은 선수들이 기량을 업그레이드하는 무대다. 볼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관중 3만 명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에서 실력을 겨루며 이 경기들은 4일간 전국에 생방송된다. 유망주들은 볼트와 경쟁하며 꿈을 키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200m에서 2연패한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관중 앞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경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자메이카#육상#단거리#우사인 볼트#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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