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빅4’ 뒤틀린 현실 다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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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9일 07시 00분


숨바꼭질-감기-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맨 위 왼쪽에서 시계방향). 사진제공|드림캡쳐·아이러브시네마·모호필름·씨네2000
숨바꼭질-감기-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맨 위 왼쪽에서 시계방향). 사진제공|드림캡쳐·아이러브시네마·모호필름·씨네2000
■ 숨바꼭질·감기·설국열차·더테러 스크린 장악 이유

1. 비 현실적 스토리 속 현실적 아픔 생생
2. 비열한 언론과 정치권력도 그대로 담아
3. 긴박감의 승리…목숨 건 감독·배우의 힘!


네 편의 한국영화가 8월 극장가를 장악했다. ‘숨바꼭질’과 ‘감기’,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연일 엎치락뒤치락 순위만 바꿀 뿐, 박스오피스 1∼4위를 차지하며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각기 제작비 규모와 장르가 다른 작품들은 한국영화의 질적 수준을 과시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공통의 힘은 무엇일까.

●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숨바꼭질’은 ‘집안에 누군가 침투해 살고 있다’는 ‘도시괴담’을 모티브 삼아, 집을 둘러싼 욕망과 불안을 그리고 있다. ‘감기’는 경기도 분당에 치명적인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담아냈다.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유일한 생존의 공간인 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처절한 투쟁을 그린 작품. ‘더 테러 라이브’는 테러범의 위협을 생중계하게 된 앵커의 이야기다.

이처럼 네 편의 영화는 현실적이지 않을 듯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가슴 한 켠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아픔과 두려움, 비애와 분노의 파도가 일렁인다. 네 작품 모두 그렇게 현실을 바라보는 치열한 시선을 갖고 있다.

‘숨바꼭질’은 집으로 상징되는 계급적 구조, 안온함에 대한 욕망과 불안의 대비 등을 통해 사회 현실을 냉철히 그려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려는 정부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감기’. 온통 얼어붙은 세상을 순환하며 앞으로 치달아 내달리는 ‘설국열차’ 안에서 비참한 생을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꼬리칸의 하층민들은 혁명을 꿈꾼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는 안타깝게 죽어간 노동자의 복수를 위해 테러에 나선 또 다른 노동자와 특종경쟁에 매몰된 채 그를 이용하려는 비열한 언론, ‘보신’의 어이없음으로 무능력한 정치권력이 ‘살아 숨 쉰다’.

그래서 네 편의 영화는 현실에 대한 우화 혹은 은유처럼 보이지만 그것 그대로 관객을 또 다른 현실로 데려간다.

● 목숨을 내건 긴박한 싸움

이 네 편의 영화들은 각기 다른 장르를 내세우고 있다. 스릴러(숨바꼭질, 더 테러 라이브), 재난 블록버스터(감기), SF블록버스터 드라마(설국열차)를 표방한 영화들은 모두 사람의 목숨을 ‘담보’삼아 긴박함이 가득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탄탄한 스토리의 긴박함 혹은 높은 긴장감은 기본 중의 기본일 터. 하지만 이 영화들을 보고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은 “어깨가 뻐근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 긴박감에 탄성을 지른다. 단 한 순간도 깊은숨을 내쉴 수 없을 만큼 각 작품은 관객을 끝없이 긴장감 속으로 몰아세운다. 각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김성수(감기)와 봉준호(설국열차) 같은 ‘명장’들, 김병우(더 테러 라이브)와 허정(숨바꼭질)이라는 재능 있는 신예가 ‘목숨 걸고’ 일군 영화라는 땅에서 장혁·수애(감기), 송강호·크리스 에반스·틸다 스윈튼 등(설국열차), 하정우(더 테러 라이브), 손현주·문정희 등(숨바꼭질) 명배우들이 ‘목숨 걸고’ 뛰어다닌 덕분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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