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진영 “찬스에 강한 비결? 치면 본전, 못 치면 역적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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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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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진영. 스포츠동아DB
LG 이진영. 스포츠동아DB
LG 이진영(33)은 ‘찬스의 사나이’다. 주자가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서면 방망이가 불을 뿜는다.

시즌 타점은 44개지만 순도가 높다. 16일까지 결승타가 10개나 된다. 삼성 최형우와 같지만 20경기나 적게 출장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활약이다. 이 중 끝내기안타만 2번이고, 6회 이후 결승타가 5개다. 15일 잠실 한화전에선 3-4로 뒤진 7회말 2사 1·2루서 박정진을 상대로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특히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순간 꼭 한 방을 쳐주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하고 있다. LG 김기태 감독도 “올해 중요할 때 잘 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진영은 16일 한화전을 앞두고 찬스에 강한 비결에 대해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일단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놓고,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들어간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격한다”며 “그런데 그것보다는 집중력의 차이인 것 같다. 주자가 없을 때보다 아무래도 주자가 있을 때 집중이 더 된다”고 밝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진영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왠지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치면 본전, 못 치면 역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람들이 그런 시선으로 날 보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워낙 클러치히터로 명성이 자자하다보니 치면 당연한 일이고, 못 치면 절대 안 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힌다는 얘기였다. 그는 “타격감이 좋을 때는 괜찮은데, 안 좋을 때 찬스에 들어서면 사실 나도 힘들다. 또 열심히 훈련하고 치열하게 수싸움을 해서 치는 건데, 당연한 것처럼 비춰진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진영은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하며 클러치히터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겨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 당시 1-2로 리드 당한 7회 2사 1·2루서 대타로 등장해 동점 적시타를 때려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NC 김경문 감독(베이징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은 “이진영은 찬스에서 꼭 쳐줄 것 같은 믿음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영은 “부담은 분명 있지만, 프로야구선수니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팀 분위기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 나 역시 앞으로도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중요한 타점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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