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불심검문… 법원, 위헌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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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타당한 이유없이 인권 침해”… 치안 주력 블룸버그 시장 “항소”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사진)이 치안 유지를 위해 2001년 첫 취임 이후 강력히 시행해 온 불심검문 정책이 인권 침해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12일 뉴욕 시 경찰국(NYPD)의 불심검문 정책이 정부에 의한 불합리한 수색과 억류를 금지한 수정헌법 4조와 평등한 정부의 보호를 명시한 헌법 14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시라 셰인들린 판사는 195쪽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NYPD가 타당한 이유 없이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해 왔다”며 “시의 불심검문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주 대상이어서 소수 인종들에게 인종차별을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당장 불심검문을 중지하라는 명령 대신 NYPD의 무분별한 검문 정책을 감시할 외부 감독인으로 피터 짐로스 변호사를 지명했다. 또 일부 경찰의 몸에 현장 상황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하도록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뉴욕 경찰은 약 440만 건의 불심검문을 했는데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80%를 넘었다. 불심검문을 당한 흑인과 히스패닉계 등 소수 인종 가운데 98.5%는 아무런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불심검문 무용론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NYPD의 불심검문으로 곤욕을 치른 흑인 니컬러스 퍼트 씨가 다른 뉴요커들과 함께 2009년 집단소송을 제기해 시작됐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이 아무런 혐의 없이 경찰의 검문에 걸려 심문과 몸수색을 당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 판결에 발끈했다. 그는 불심검문 정책이 뉴욕 시의 범죄율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사실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범죄 소굴 ‘고담시’의 배경이 뉴욕 시일 정도로 뉴욕엔 범죄가 많았다. 1980년대 뉴욕 인구 10만 명당 범죄는 6900여 건으로 미국 전국 평균보다 1000건이 많았다. 하지만 2011년 말 현재 강력범죄는 1990년 대비 64%가량 줄어 미국 평균의 70% 아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시장은 “1990년에는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살인 사건으로 사망했지만 오늘날은 1명 이하로 줄었다. 범죄율이 그대로였다면 지금 살아 있는 7300명이 더 피살되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블룸버그 시장은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됐다. 최근 고용량 탄산음료 제한 정책이 법원 판결로 좌절된 이후 불심검문 정책까지 위헌 판정을 받아 블룸버그 시장은 임기를 5개월 정도 남기고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뉴욕#불심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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