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16:9 불의 전쟁, LG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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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4일 07시 00분


LG 주장 이병규(오른쪽 맨 앞)를 비롯한 선수들이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16-9로 승리한 직후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난타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2위 LG는 1위 삼성을 게임차 없이 바짝 추격하며 후반기 프로야구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LG 주장 이병규(오른쪽 맨 앞)를 비롯한 선수들이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16-9로 승리한 직후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난타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2위 LG는 1위 삼성을 게임차 없이 바짝 추격하며 후반기 프로야구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LG,뜨거웠던 첫 판

1. LG 라커룸 “에어컨 한대 왜 치웠나” 원성
2. 장원삼 2.2이닝 ‘한경기 개인 최다 9실점’
3. 양팀 선발 전원안타…LG 게임차 없는 2위

13일 대구구장은 1위 삼성과 2위 LG가 만나면서 경기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의 간격은 불과 1게임차. 경기의 중요도를 반영하듯 취재진도 평소보다 많이 몰렸고, 양 팀 선수단도 경기 전부터 장외신경전을 뜨겁게 펼친 데 이어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화끈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 원정 라커룸 에어컨 놓고 장외신경전

양 팀은 경기 전부터 장외신경전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대구구장 원정 라커룸에 원래 설치돼 있던 에어컨이 2대 중 1대가 없어졌기 때문. 섭씨 37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에어컨 1대로는 열기를 식히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LG의 한 고참 선수는 “너무한 것 아니냐. 6월 원정 때는 에어컨이 2대였는데, 이번에 우리가 온다고 하나를 치웠나. 라커룸에 들어오니 땀이 더 난다”며 흥분했다. 다른 선수는 “대구구장 원정 라커룸에 간이의자라도 비치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식사도 돌아가면서 먹고, 옷도 서서 갈아입는다. 원정팀에 이래도 되느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LG 백순길 단장은 구단 직원에게 “LG전자 대리점에 가서 선풍기라도 가져오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에어컨 하나가 고장 나서 대구시에서 회수해간 것이다. 지난주 한화도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별 얘기는 없었다. LG를 골탕 먹이려고 했으면 에어컨을 다 없애버리지 왜 하나는 놔두었겠나”라며 억울해했다. 삼성의 한 선수는 “우리 웨이트장에도 지금 에어컨이 고장 나 있다”고 했고, “우리도 지난 주말 광주에 갔지만, 거기도 에어컨이 하나밖에 없어서 버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난타전으로 전개된 달구벌 전쟁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은 “아직은 승부처는 아니다”며 “1승1패면 본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2연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류 감독도 그래서인지 “2연전에선 첫 판이 중요하다. 더블헤더와 같다고 보면 된다”며 첫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양 팀은 1회부터 난타전을 벌였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LG의 불방망이를 견디지 못하고 2.2이닝 동안 9실점(8자책점)하며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했다. 그동안 장원삼의 개인 1경기 최다 실점은 8실점(2012년 4월 17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LG는 4회에 일치감치 시즌 첫 선발전원안타·전원득점을 달성하는 등 9회까지 18안타를 뽑아내며 올 시즌 팀 최다인 16득점을 폭발했다. 37일 만에 1군 마운드에 복귀한 LG 선발 주키치도 타선이 벌어준 넉넉한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4.2이닝 9실점(8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삼성 역시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했다. 양 팀 선발전원안타는 역대 4번째 진기록이다. 그 과정에서 5회에는 삼성 조동찬이 타격 후 LG 1루수 문선재와 충돌해 부상으로 실려 나가기도 했다. LG는 결국 삼성과의 화력싸움에서 16-9로 승리해 최근 4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LG는 승률 0.609를 기록하며 삼성(0.614)을 게임차 없이 승률에서 5리차로 뒤쫓게 됐다. 여름밤의 달구벌 선두싸움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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