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박근혜 정부-새누리 ‘반미 공포증’ 탓에 盧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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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2007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북에 상납'했다며 '정치적 황당극'을 벌인 이유를 '합리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그동안 나름 노력해 보았다"며 "몇 가지 그럴듯한 설명 방법을 찾았는데, 그중 하나가 '반미(反美) 공포증'"이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지식인의 서재'에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하고 있는 '대화록의 진실' 4편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반미 공포증'을 지닌 세력"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친미'야 특별히 나쁠 게 없다. 미국을 좋아하고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나라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이며 정치적 판단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미 공포증'은 미국을 좋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그것은 마음의 병이다. 그 병에 걸리면 자기와 남을 다 괴롭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2012년 가을과 겨울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북에 '상납'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면서 대화록 내용을 누설한 동기는 '북풍'을 일으켜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보려는 정치적 욕망이었다"면서 "그런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정신상태가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아무리 선거에 이기고 싶어도 이런 짓을 하지는 못한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이라야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나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마음의 병 가운데 '반미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친미와 친미주의, 반미와 반미주의는 전혀 다른 개념이고 지적했다.
그는 "'친미'는 나쁜 것이 아니다. '반미'도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친미주의'는 좋지 않다. '반미주의'도 좋지 않다. '친미주의'와 '반미주의'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 '친미'나 '반미'를 이념적 목표 또는 도덕적 가치로 삼는다"면서 "'친미주의자'는 '반미'를 '반미주의'와 같은 것이라고 본다. '반미주의자'는 '친미주의'와 '친미'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로 물든 색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핵심실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비판한 것을 '반미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보았다. 이는 그들 자신이 '친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며 "생존전략일 뿐인 '친미'를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나 도덕적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보기관이 치외법권 지역인 주미한국대사관을 불법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변변한 항의조차 하지 못한다. 숭배의 대상에게 어찌 항의를 하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유 전 장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을 비판한 것을 두고 격분해서 비난하는 분들에게 간곡한 충고를 드린다"면서 "살아가기 위해 친미를 하는 게 아니라 '친미를 위한 친미'에 빠져버린 건 아닌지, 뼛속까지 사대주의에 젖어 무조건 미국을 추종하고 있지 않은지 자성해 보시라"고 당부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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