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동영상강좌 10개로 ‘한국판 잡스’ 만들겠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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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가 12일 눈에 번쩍 뜨이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미래부, 한국판 스티브 잡스 키우기 프로젝트 착수’. 큰 기대를 갖고 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내용은 제목과 달리 빈약했다.

미래부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키워내겠다며 선보인 정책의 핵심은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 강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강좌를 들여다보기 위해 자료에 적힌 대로 ‘개방형 SW교육센터(olc.oss.kr)’를 방문해봤다. 이 사이트의 ‘소프트웨어 언어교육’ 코너에 ‘스크래치’와 ‘파이선’이라는 언어에 대한 설명이 동영상 형태로 올라와 있었다.

동영상의 개수는 10여 개. 개수가 적은 것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다는 점이었다. 스크래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어린이를 위한 개발용 소프트웨어로, 일반 소프트웨어에 비해 다루기 쉽지만 영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미래부가 올려놓은 동영상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 딱딱한 자세의 한 남자가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강의하는 모습은 대학입시용 ‘인강(인터넷 강의)’을 방불케 했다. 강의 중간에 ‘스크래치는 미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어로 입력해야 더 잘 인식한다’는 설명까지 나왔다.

파이선 강좌는 이보다 더했다. 강사조차 없이, 파워포인트 자료를 동영상으로 만든 데 불과했다. 화면 내용은 ‘print가 함수로 변경’, ‘long 자료형이 없어지고 int로 통일’, ‘int/int의 결과가 float로 처리’, ‘string, unicode 체계 변경’ 등 기자조차 이해하기 힘든 말로 가득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은 시작 단계라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더 좋은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소프트웨어는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란 인식을 갖게 되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미래부가 진정으로 소프트웨어 강국을 꿈꾸고 어린 인재를 발굴하고자 한다면 훨씬 더 고민하고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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