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창규]원전 비리 문제, 한전 독점부터 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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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박창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국내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10기가 가동 중단되면서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불량부품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서 생긴 사태다. 더욱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전 서울시 의원이 원전 브로커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등 권력형 비리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원전에 불량부품을 절대 쓰면 안 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불량부품이 가동 중인 원전에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부품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다른 이유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전을 정지시키거나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더 커질 수 있다.

제도적인 보완을 위해 우선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은 현재의 한국전력 독점 체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은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원전의 발주와 건설,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한 회사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원전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경영 효율과 해외 수출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한전이 원자력 사업을 독점하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원자력도 분업화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지던 때가 있었다. 한전이 발주를 하면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력기술이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각각 담당하고, 건설회사가 건설을 했다. 운영만 한전의 몫이었다. 그러던 것이 ‘연구소가 왜 사업을 하느냐’는 단순 논리로 1990년대 중반 원자력연구소의 관련 사업을 모두 한전 산하로 몰아주면서 현재의 한전 독점 체제가 탄생했다.

지금의 상황은 내가 자동차 운전을 잘하니까 자동차를 제작도 하고 수출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역할 분담을 다시 잘해서 각자 특기에 맞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불량부품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원전마피아’라며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이들은 지금까지 어떤 비리에도 연루된 적이 없었다. 절대 다수의 원자력인은 지금도 안전한 원자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국민 여러분께 꼭 알리고 싶다.

박창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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