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D 반도체’로 또 메모리 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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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셀, 24층으로 쌓아 첫 양산 성공
1Tb 이상 낸드플래시 개발 길 열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차원(3D) 메모리 반도체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기존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개념의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ertical NAND)플래시메모리’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반도체업체들은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판)에 얼마나 촘촘하게 셀(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을 배치해 집적도를 높이느냐를 놓고 기술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공정까지가 한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셀과 셀 사이의 간격이 좁을수록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현상이 심해져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평면으로 배열하던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먼저 고무와 같이 전기나 열을 잘 전달하지 않는 부도체에 전하를 저장하는 ‘CTF(Charge Trap Flash)’ 기술을 도입해 간섭현상을 줄였다. 이후 셀을 24단으로 수직으로 쌓아올린 뒤 위에서 아래로 수십억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전극을 연결해 반도체를 완성했다.

▼ 5년내 스마트폰 용량 2배로… 영화 25편 ‘쏙’ ▼

건물공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기존 10nm급 공정이 1층짜리 주택 여러 채를 다닥다닥 붙여 짓는 식이었다면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메모리는 고층빌딩을 지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한 층씩 설계해 쌓아올리지 않고 한 번에 24층까지 외관을 지은 뒤 위에서 구멍을 뚫어 필요한 내부 설비를 갖추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했다. 기존 평면배열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간섭현상은 건물로 치면 소음에 비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한 층 한 층 넓게 설계한 고층빌딩 방식으로 해결했다.

삼성전자는 10년간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메모리 기술을 연구하면서 300여 건의 핵심 특허를 한국 미국 일본 등에 출원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용량인 128Gb(기가비트)급 제품을 이달부터 본격 생산해 데이터센터의 서버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보다 저장 속도는 2배 이상, 수명은 최대 10배 이상 높이고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최정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전무)은 “10nm급 이하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1Tb(테라비트·1Tb는 약 1조 b) 이상의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출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5년 내에는 1Tb급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Tb 낸드플래시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현재 64GB(기가바이트) 수준인 스마트폰의 용량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최고급 화질의 5GB DVD 영화 25편을 스마트폰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대용량화가 지속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시스템, 로보틱스 등에서 기술혁신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용탁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말까지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업계는 내년 말이면 SK하이닉스도 대량생산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은 올해 236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2016년 308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영·김용석 기자 jjy2011@donga.com
#삼성전자#3D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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