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해 땀 뻘뻘… 당신 몸은 ‘곰팡이 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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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 분비 늘면서 피부트러블 일으켜

무좀은 대표적인 곰팡이 질환 중 하나다. 발을 깨끗이 씻고 확실히 말리는 게 병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동아일보DB
무좀은 대표적인 곰팡이 질환 중 하나다. 발을 깨끗이 씻고 확실히 말리는 게 병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동아일보DB
오랜 장마로 습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연일 30도를 넘나든다.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곰팡이는 현미경으로 볼 때 본체가 실처럼 긴 세균의 한 종류를 가리킨다. 넓은 의미로는 세균과 같은 의미로도 쓰인다.

곰팡이는 볕도 안 들고 눅눅한 구석 같은 곳에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몸 여기저기에도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사람 몸에 생긴 곰팡이와 세균은 장마가 끝난 후에도 골칫거리로 남는다. 습도가 낮아지면 저절로 해결되려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장마 뒤 곰팡이 습격
○ 피부병 상당수 원인이 곰팡이-세균


고온다습한 기후의 영향으로 생기는 피부병 중 상당수의 원인이 곰팡이와 세균이다.

가령 어린이들에게는 얼굴, 팔, 다리에 물집이나 진물이 나는 농가진이 많이 생긴다. 무좀 또한 대표적인 곰팡이 감염질환이다. 방치하면 2차 세균감염으로 이어져 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도 있다. 땀이 특히 많은 남자는 사타구니 가려움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이 병을 완선이라 하며 이 또한 곰팡이 감염질환이다.

장마철로 접어든 이후 피부에 갈색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어루러기를 의심해야 한다. 어루러기도 대표적인 피부 곰팡이 병이다.

평소 피부 상태가 좋다고 해도 이 무렵에는 피부 트러블에 시달릴 수 있다. 땀과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땀띠나 종기가 생기고 여드름이 악화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런 증상은 모두 곰팡이가 일으키는 ‘장마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대처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선 땀을 잘 닦아야 한다. 샤워를 한 뒤에는 완전히 말려야 한다. 특히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발등처럼 땀이 잘 생기는 부위는 수건을 바꿔서라도 확실하게 말려야 한다.

○ 귀 염증, 자가 치료는 금물

귀에서 종종 진물이 나올 때가 있다. 물놀이 뒤에만 생기는 증상은 아니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에도 귀가 가렵거나 먹먹하다가 나중에 진물이 나오곤 한다. 이 또한 진균이란 곰팡이에 의한 감염으로, 이진균증이라 부른다.

이진균증은 귓구멍(외이도) 고막에서 주로 발생한다. 여러 진균 가운데 가장 병을 잘 일으키는 곰팡이는 ‘아스페르길루스’다. 이 곰팡이만 60여 종류에 이른다. 그중에는 일본 술인 정종을 발효시킬 때 필요한 효모도 있다.

이진균증은 귀를 잘못 후벼 악화되는 때가 많다. 귀가 간지럽고 눅눅하다고 또는 귀에 물이 들어갔다고 면봉 같은 것으로 마구 파내다가 상처를 만든다. 이 상처에 진균이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따라서 스스로 하는 자가 치료는 절대 금물이다.

병·의원을 찾는 게 좋다. 의사가 이물질을 먼저 제거한 뒤 항진균제를 바른다. 대부분 이 정도 조치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좋아진다. 다만 당뇨병, 결핵, 내분비질환자, 노인이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이진균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을 때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으니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 겨드랑이 냄새, 항생제-수술로 치료

겨드랑이에서 나는 냄새를 보통 ‘암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액취증이라고 부른다.

사람 몸에는 아포크린 땀샘과 에크린 땀샘, 2종류가 있다. 아포크린 땀샘 분비물에는 원래 아무 균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외부의 세균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냄새가 발생한다. 이게 액취증이다.

에크린 땀샘 분비량이 늘어나면 피부 각질층이 물렁물렁해진다. 이때 세균이 각질층을 파고들어 가 냄새를 유발한다. 이 또한 액취증에 해당한다.

날씨가 고온다습해지면 두 땀샘의 분비량이 늘어난다. 액취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최근 들어 겨드랑이 냄새가 심해졌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 병으로 진단되면 우선 원인이 되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쓴다. 다만 먹는 약의 형태는 효과가 별로 없다. 보통 항생제 성분이 들어있는 비누나 로션, 향수, 방취제를 쓴다.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해도 효과가 꽤 좋다. 지속적으로, 아주 오래 사용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수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아포크린 땀샘이 문제일 때 수술을 검토한다. 내시경을 통해 이 땀샘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레이저로 이 땀샘만 골라 태운다. 2, 3회 치료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사와 미리 상의하는 게 좋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피부병#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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