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압박농구, 만리장성 질식시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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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선수권 첫판 16년만에 중국 격파… 막판 조성민 자유투 4개 잇단 성공
15점 김주성-11점 양동근도 힘보태… 187cm 김선형은 214cm 앞에서 덩크

한국 남자 농구가 ‘만리장성’ 중국을 무너뜨리고 스페인으로 향하는 첫 관문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한국은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 C조 1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63-59로 승리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중국은 아시아선수권에서 15차례나 우승한 아시아 농구의 맹주다. 한국 남자 농구가 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을 꺾은 것은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86-72로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풀코트 압박으로 승부수를 띄운 한국은 2m가 넘는 장신 선수가 7명이나 포진한 중국을 50점대 득점으로 묶는 수비 농구로 승리를 따냈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높이 싸움으로는 어차피 승산이 없다고 보고 빠른 발을 가진 가드와 체력이 좋은 대학생들을 이번 대표팀에 대거 발탁했다. 중국은 경기 내내 강한 압박으로 맞선 한국의 수비에 당황해 18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얻은 자유투를 실수 없이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대어를 낚았다. 한국은 조성민(KT)이 경기 종료 31초를 남기고 57-57로 맞선 상황에서 얻은 자유투 2개와 종료 21.5초를 남기고 59-57로 앞선 상황에서 얻은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모두 넣으면서 4점 차로 달아나 승부를 갈랐다. 조성민은 2012∼2013시즌에 91.9%의 자유투 성공률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프로농구에서 3시즌 연속 자유투 성공률 1위에 올랐다.

특히 2쿼터에서 신장 187cm의 포인트가드 김선형(SK)은 미국프로농구(NBA) 경험이 있는 이젠롄(214cm)의 블록슛을 달고도 원핸드 덩크슛을 꽂아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탄성을 지르게 했다. 한국은 ‘보물 센터’ 김주성(동부)이 팀 내 최다인 15점을 넣는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12득점의 조성민과 11점을 넣은 양동근(모비스)도 승리에 힘을 보탰다. 중국은 23점(10리바운드)을 넣은 이젠롄을 빼고는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28-38로 크게 밀렸지만 야투 성공률에서는 41.3%로 중국의 38.2%보다 앞섰다.

유재학 감독은 “가드들의 강압 수비가 잘됐다. 결국 수비의 승리다. 상대 가드가 경기 내내 공을 치고 다녔다는 건 우리가 준비했던 압박 수비가 잘됐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한국은 2일 218cm의 하메드 하다디가 버티고 있는 이란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란은 중국과 함께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이번 대회 3위까지는 2014년 스페인 세계선수권에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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